예컨대_산판 #38 수확
지금 수확하는 나무들은 수령이 40년 내외니까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까지 심은 나무들일 것이다. 당시 일일이 괭이로 땅을 파 묘목을 심고 묘목이 잘 자라도록 주변 풀들과 덩굴을 제거하는 작업을 또 몇 년 동안 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 자랐을 때는 어린나무 가꾸기 작업을 해줬을 것이다. 고사목, 뒤틀어진 나무들, 주변 나무들의 생장을 방해할 정도로 너무 큰 나무들을 솎아냈을 것이고, 더불어 가지치기도. 그 후 또 몇 년을 묵혀 어느 정도 커졌을 때 그때부터는 잘 자랄 나무들(미래목) 즉, 높고 곧게 자랄 확률이 큰 나무들을 보호하는데 중점을 둔 솎아베기(간벌)를 해줬을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쯤 후부터는 부분적으로 수확도 했을 것이다. 삭벌하기 전 두세 차례 솎아베기를 통한 수확을 했을 수도 있다.
나무가 산을 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시간과 역사가 느껴진다. 그간의 시간,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수십 년의 시간. 문제는 그걸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나이다. 예를 들면 그가 60대 작업자인 경우 올해 심은 나무에서 수십 년 후의 수확을 상상하는 건 많은 느낌을 동반시킨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흥미롭군요 궁금한 건, 저렇게 심고 가꾸고 베오내는 나무들이 여전히 많나요? 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