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_산판 #36 기록
2018년 10월,
토요일, 산부추꽃 사진을 찍었다.
목요일, 사람의 그림자가 나무줄기에 비쳤다.
수요일, 가을빛이 쏟아졌다.
월요일, 이야기의 시작, 뿌리를 내린 도토리.
일요일, 휴식하기 좋은 햇살이었다.
금요일, 가을에 피는 꽃들.
수요일, 듣고 보고 한 것들 중에 다시 떠올릴 만한 게 없다. 일만 했다.
화요일, 일만 했다.
월요일, 나이테가 눈에 띄었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