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_산판 #34 찬 이슬
새벽이슬이 차졌다. 산 중턱 아래는 안개가 끼었고 하늘은 맑아 산이 섬처럼 떠있다. 피아노 소리가 나면 좋겠다.
일하고 먹고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일하고. 요즘 이 일상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된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인지, 새롭고 흥미로운 일상인지 객관적으로 같은 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자꾸 사색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가을이다.
벌목 작업 중 쓰러지는 나무에 빗맞은 두 사람이 타박상으로 며칠 쉬게 되었다. 하층 군락이 우거져 미처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 좀 방심한 것 같다. 아무리 친해도,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절대로 안전에 대한 의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 그가 나를 확인했겠지, 이런 기대가 사고로 이어지는데 이번 경우가 그렇다. 시선을 빼앗는 영롱한 새벽이슬이지만 그것에 젖어보면 차다.
며칠 전, 강원 산간에 첫 서리가 내린다는 뉴스가 있었다. 다래 열매에 맛이 든다는 뜻이다. 구름 사이로 빛살이 쏟아져 내리는 빛내림의 오후에, 때가 되면 여무는 것들이 부러웠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