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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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쟈(신사)와 아이들

 

아이들 때 진쟈에서 치르는 행사가 둘 있다.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와 시치고산(七五三)이다. 오미야마이리는 진쟈 나들이라는 뜻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한 달이 되는 날 진쟈에 보고하고 감사하는 행사다. 신에게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다. 진쟈에서는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오하라이(おはらい: 신에게 빌어서 죄나 부정을 없애는 의식)를 해준다. 사내아이는 생후 31일째 되는 날, 여자아이는 33일째 되는 날 오미야마이리를 치른다.
 
시치고산은 매년 11월 15일에 아이의 무사한 성장을 신에게 감사하고 축하하는 행사다.  남자 아이는 3살·5살, 여자 아이는 3살·7살 되는 해에 치르는 공식 진쟈 나들이다. 원래 음력 11월 15일이었는데 메이지 유신 후 태양력을 사용하면서 양력으로 바뀌었다. 음력 11월이면 양력으로는 12~1월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에 농사가 완전히 끝난 뒤였을 것이다. 농한기의 보름날에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함과 동시에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는 행사였던 것이다.
 
시치고산은 한국의 백일잔치나 돌잔치와 비슷하다. 근대화 이전에는 어느 국가에서나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다. 일본에서도 이는 당연한 것이었다. 7살까지 생명은 신에게 달린 것(七歳までは神のう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에도 시대에는 아이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서 7살까지는 호적에 올리지도 않았다. 7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가족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식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영유아 사망률이 줄어든 현대에 들어서 그 의미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진쟈나들이 풍습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릴 적부터 진쟈와 가까이 해주려는 의도인 것이다. 평생을 함께하며 살아야 하는 진쟈를 친숙한 장소로 만드는 구실이다. 신의 아이들이라는 표현도 있다. 실제로 경내에는 미끄럼틀이나 그네 등 놀이기구들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일본인들은 태어나면서 진쟈로 가고 평생을 진쟈와 함께 살아가며 진쟈에서 삶을 마친다.
 
아이들이 모이면 흔히 스모경기를 한다. 정색을 하고 우열을 가리는 게 아니라 그저 재미다. 신에게 보이기 위한 재롱잔치랄까. 일본의 전통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스모는 원래 스포츠가 아니었다. 힘센 남자들이 신 앞에서 그 힘을 바치는 신도 의식이었다. 원형의 스모경기장 위쪽의 지붕은 신사건물을 닮았다. 심판도 신직과 비슷한 옷차림이다. 시합 전에 선수들이 소금을 뿌리는 행위도 주술적 의미가 담긴 의례로 경기장을 정화하는 의미다.
 
일본인에게 진쟈는 삶의 일부다. 삶의 구비마다 응당 의례를 치르고 보고하고 소원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도 진쟈는 일상의 공간이다. 근엄하기보다는 자애로운 신을 느끼는 편안한 장소다. 어른들이 경건하게 제를 올리고 있는 곳에서 고마이누에 올라가 장난을 친다. 버르장머리가 없는 아이들을 그냥 놔두는 건 신의 넓은 품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신과 아이들에 관한 옛날이야기가 있다. 옛날 옛적에 마을 아이들이 진쟈 경내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술래가  아이는 숨어 있는 아이들을 찾으러 나섰다. 늘 닫혀있는 진쟈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이 또 하나 있었다. 그걸 열었더니 먼지 묻은 신타이(神体; 불상처럼 신을 상징하는 물체)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걸 보여주고 씻기 위해 함께 냇가로 갔다. 모두 열심히 씻자 신타이가 깨끗해졌다. 때마침 노인이 그곳을 지나다가 그 광경을 봤다. 깜짝 놀라서 가지고 놀면 벌 받는다며 신타이를 빼앗아 진쟈에 두었다. 다음날 평소 건강했던 노인은 몸져눕게 되었다. 노인이 누워있는 방에 개가 한 마리 들어왔다. 개는 말했다. 벌을 받은 건 당신이다. 신은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서 애들과 함께 놀기를 좋아한다. 그걸 빼앗은 당신에게 신의 노여움이 내린거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진쟈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신이 아이들과 놀고 있다며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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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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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2015.12.21 09:27:23

마치 얼마 전인인양..

내 어릴적 모습과 풍경이 주마등 처럼 스처 갑니다..

게으른꿀벌

2015.12.24 05:02:15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은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지요.

김민수

2015.12.21 11:52:49

거기나 여기나 아이들은 꼭 같네요.


게으른꿀벌

2015.12.24 05:03:37

거기나 여기나 사람사는 것도 똑같아요. ㅎ

전 재운

2015.12.23 22:47:15

스모 실력이 대단한걸요!

게으른꿀벌

2015.12.24 05:06:08

구경하는거 재미있어요.

아이들 심성이 고스란히 나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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