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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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이 갤러리 겸 레스토랑 

 

선생의 판화 전시회가 끝났다. 갤러리 안세이(安政)의 초청전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일본의 죽세공예 시리즈 특별전이다. 선생이 젊은 시절 인연을 맺었던 벳푸 죽세공품의 전통기술보존을 위해 판화로 남겼는데 장식보다 실용 목적이 큰 작품들이다. 시리즈 16점을 중심으로 30여 점을 준비했었다. 전시회 준비가 내 일이었듯이 뒷정리도 당연히 내 몫이다. 제자가 하나뿐이니 큐레이터에 짐꾼까지 혼자 다해 먹어야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선생의 전시는 돈이 목적이 아니다. 전시장에서 작품 몇 점을 판다 해도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명예도 안중에 없고 오로지 더불어 살기 위함인 것 같다. 찾아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즐긴다. 관심분야가 같은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다.
 
 전시회가 열린 갤러리 안세이는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다. 개울 옆 작은 오솔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히노키 숲 사이로 멋진 저택이 보인다. 에도시대 전통 양식으로 지은 근사한 건물로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겸하는 공간이다. 안채 쪽이 레스토랑이고 갤러리는 아담한 별채 쪽에 마련되어 있다. 안세이를 경영하는 도노씨와는 몇 번 통화 한 적이 있어서 구면이다. 작품을 설치하러 갔을 때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으나 그때는 그녀도 나도 전시회 준비로 바빠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시회 마치는 날을 기다렸다. 마침 그곳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메뉴는 퓨전 양식. 식당에 들어가니 테이블이 단정히 세팅되어 있다. 모두 자리에 앉기를 기다려 반주가 나온다. 주황색 이쁜 술이다. 주인이 담근 살구주란다. 선생은 건강상 술을 잘 하지 않으시지만 분위기는 맞출 줄 안다. 앙증맞은 잔에 얼음을 넣고 살구주를 따른다. 독한 술은 묽게 마시는 것은 이곳의 술 관습이다 잔에 얼음을 넣고 술을 따랐으니 ‘살구주 온더록’이다. 적당히 차가와지고 적당히 묽어져서 맛이 좋아진다.
 
 감자스프가 나왔다. 고소한 감자 맛이 진하게 풍긴다. 이곳에서 농사지은 감자를 갈아서 실파로 마무리했다 한다. 전채도 나왔다. 아보카도와 참치회에 쌀밥 샐러드가 곁들여졌다. 다양한 미각을 충족시켜주는 구색 메뉴들이다. 이어서 빵이 왔다. 따뜻한 빵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 식욕을 돋운다. 빵에 발라먹는 수제 잼은 이미 네 종류가 세팅되어 있다. 유자, 사과, 오렌지 마멀레이드, 산딸기다. 잼도 이곳에서 만든 음식들.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수제를 지향하는 건 정성스런 고급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선생이 나를 위해 맥주를 한 병 주문했다. 시냇물의 노래라는 라벨의 맥주다. 이곳 사람들은 술을 다양하게 섞어 마시는 편이다. 맥주로 시작하고 와인이나 쇼츄를 골라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메인 요리가 나왔다. 돼지고기를 적포도주에 잠재워 야채와 토마토 주스로 풍미를 더한 것이다. 맛도 좋았지만 만드는 정성이 깊게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려 도노씨가 디저트를 들고 나타났다. 정성스레 준비한 메뉴들이니 반응이 궁금했을 것이다.  
 
 그녀는 달변이었다. 한번 이야기를 꺼내면 거침이 없었다. 조심스러운듯하면서도 적극적이었다. 일본여성 특유의 반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갤러리 이름은 건축 당시 연호에서 따왔다 한다. 안세이는 에도시대의 코메이 천황 대의 연호다. 일본의 연호는 천황의 황위 계승이 있을 경우 바뀌는 게 보통이다.
 
 “안세이 원년에 지었으니 158년 전이네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지은 건물이에요. 헤이세이 6년(1994)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다른 집으로 거처를 옮기셨어요. 이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집을 손봐서 갤러리로 개조했지요. 처음에는 해마다 두세 차례씩 클래식 콘서트도 열고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었죠. 아마 그때가 안세이도 나도 전성기였을거여요.”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적당한 때를 기다려 카메라를 들었다. 이야기 중이라 별 저항이 없다. 괜찮은 표정이 잡혔다. “젊었을 적에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얼굴에 주름 가기 시작하면서 잘 안 찍어 지네요.” 여전히 고우신데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몇 장을 더 찍었다. 콘서트는 준비가 힘들어서 몇 년 전부터 열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경기도 좋지 않고 한 이대로 몇 년을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안세이는 주문제 레스토랑이다. 1인당 2,800엔에서 5,000엔 코스까지 손님의 주문에 따라 퓨전양식으로 구성된 메뉴로 계절식탁을 준비한다. 토 일요일과 축일만 문을 연다. 게다가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겨울 동안은 산속이라 춥고 불편해서 쉰다. 100엔샵이 성업중인 이 땅의 분위기 속에서 버티기 힘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씩씩하다. 경기 흐름 같은 거야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저 하루하루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살면 되는 거란다.
 
 선생의 전시가 돈이 목적이 아니듯 안세이도 돈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다. 그악스럽게 돈을 쫓지 않고 적당히 품위를 지키며 살 줄 안다. 달관의 경지랄까 건강한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들…. 부러운 삶의 자세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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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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