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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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밤 풍경을 찍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오두막이 산속이라 귀가 길이 험해서다. 출입로가 야간 멧돼지 집중 출몰지역이다. 아닌게아니라 밤에 ‘그분’을 두어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서로 갈 길이 바쁜지라 모른 체하고 지나쳤지만 머리가 서고 식은땀이 났다. 가다가 생각이 바뀌어 다시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오기까지 남은 오르막 300미터가 3킬로는 되는 것 같았다.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밤 풍경이 아무리 탐나기로서니 내가 목숨을 걸고 사진을 찍어야 할 종군기자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택시를 잡아타고 유난을 떨기도 뭐하고 해서 꾹 눌러 참고 있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오는 법이다. 축제 촬영 때문에 구루메에 묵게 되었는데 밤에 일정이 비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카메라를 챙겼다.
 
어두워지면 밝아지는 게 있다. 도시는 밤에 다시 태어난다. 익숙한 지역이라도 밤이 되면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분위기가 달라진다. 도시의 밤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거리에 등불이 하나 둘 켜지면 도시는 화사한 표정으로 다시 살아난다. 낮 동안 감춰져 있던 도시의 내밀한 속살들이 피어나는 시간. 도시가 도시다워지는 건 불빛 때문이 아닐까.
 
번화가의 휘황한 네온보다 뒷골목의 은은한 한지 등을 찾았다. 어두운 골목에서는 셔터스피드가 길어진다. 모니터에 움직임의 잔상들이 잡히기 시작한다. 정지된 배경과 움직이는 사람들의 대조가 점점 명확해진다. 잡고 싶었던 그림이다. 즐거운 노천 술자리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가족동반 나들이도 많다. 따뜻한 삶의 풍경들을 좋아한다. 지나가던 커플을 세워 포즈를 부탁했다. 별다른 머뭇거림도 없이 오케이다. 이 사람들 낯가림이 없다. 어느 곳에서건 포즈를 부탁하면 잘 들어준다.
 
도시의 밤은 낭만이 있다. 은은한 불빛들에 홀려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다리도 쉴 겸 골목 술집에 들어갔다. 아담한 가게다. 홀에 테이블 두 개가 놓여있고 바 쪽으로 노란 의자 셋이 앙증맞다. 전형적인 골목술집규모다. 골목 안 술집들은 특별한 경우는 제외하면 테이블 서너 개가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스터가 실내장식에 꽤 공을 들인 듯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제법 편안하다.
 
바 쪽에 커플 한 쌍이 앉아있고 창문 쪽으로 꼬마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간단한 안주와 사케 한잔을 시켰다. 안주 250엔에 사케 350엔이다. 이곳은 병맥주를 제외하면 잔술이 기본이다. 단골집은 사케나 소주병에 이름을 써놓고 키핑해두고 마시기도 하지만 대체로 잔술을 즐긴다. 맛이 괜찮아 한잔을 더 주문했다.
 
술은 보통 맥주로 시작한다. ‘도리아에즈 비루’라 한다. 일단 맥주라는 뜻이다. 맥주로 올인하는 경우도 있고 와인이건 사케건 다른 종류의 술을 골라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주종을 다양하게 즐긴다 해서 많이 마시는 건 아니다. 기분 좋게 마시며 이야기를 즐긴다. 술집은 술을 마시는 곳이지만 이야기가 목적이다. 술은 소통을 위한 도구다.
 
술집 분위기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하카타역 근처 대형 이자카야는 옆 사람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아 싸우듯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이 집은 조용한 편이다. 간간이 이야기를 주고받긴 해도 옆에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 작은 가게의 일반적인 분위기다. 밖으로 발산하기보다는 안으로 삭이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하니까.
 
계산을 마치고 밖에 나오자 갑자기 세상이 평화로워졌다. 술 탓만은 아니다. 오가는 차량이 뜸해졌고 사람들도 대부분 귀가한 시간이다. 가게 셔터들이 내려지고 거리는 조용해졌다. 밤 풍경을 서두르느라 저녁이 이른데다 많이 걸어서인지 속이 출출하다. 방에 가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어디 24시간 우동집이라도 찾아야 할까 보다. 느긋한 기분으로 밤길을 천천히 걸었다. 따뜻한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품은 채 도시의 밤이 깊어 간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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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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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walker21

2015.08.17 22:58:55

사진으로 본 풍경은, 서울 어떤 곳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군요 dh

게으른꿀벌

2015.08.18 14:24:08

지구촌 어디라서 다르겠어요
언어와 먹는 음식이 다를뿐 사람사는 풍경이야 마찬가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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