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그대로입니다만 >
원장님 뵈러 가는 길
군 부대 철조망 울타리 넘어 무궁화와 태극기
좁은 2차로 도로변 뻥튀기 가판대
올망졸망 벽제 무덤들
산 위 미사일 부대
그대로입니다만,
오백 미터 남았습니다.
삼백 미터 남았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변하지 않는 네비의 말입니다만,
개명산 바람도
남쪽 창가 햇빛도
원장님 누우셨던 자리
빼앗지 못해
아직 텅 비어 있습니다만,
빈 의자도
빈 방도
빈 식탁도
빈 침대도
빈 꽃도
모두 채울 수 없습니다만,
물 한 사발
밥 한 그릇
수저 한 벌
차릴 수 없습니다만,
눈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만,
원래 흙이었다고 하신
그 말씀만 남았습니다만,
* 기독교 수도원 동광원 벽제분원 박공순 원장님께서 지난 8월 14일에 87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다.
이제 원장님을 못 뵙는군요.
원장님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