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이 년 전 골수염으로 오른발 잘려나가고
지난달 왼발마저 잘려
걸을 수 없는 남자가
쪽방 지하 복도를 기어 2층
화장실을 다녀와
하얀 무릎 붕대가 까맣다
병원에는
자기보다 상황이 안 좋은 사람도 많고
면회 한 번 오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는 면회 오는 쪽방 친구도 있고
돌아올 수 있는 쪽방도 있고
오른발 절단 수술 후
겪었던 우울증도 없고
이제는 발 통증 없이 살 수 있으니
간질 있고, 신부전 있고,
당뇨 있고, 폐기종 있어도
남자는 행복하단다
공동 화장실 가기 위해
어두운 쪽방 복도 기어가도
흰 붕대 하얗게 남을 수 있는
플라스틱 검은
무릎 보호대 사면서
내 머릿속이 하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