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lcw01.jpg


3. 핑크빛 신사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나이에 따른 계급 사회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해서 빨리 서열 정리를 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많습니다. 같은 성인이라도 외모를 보고 자기보다 어리다고 생각하면,  빨리 말을 못 놔서 안달하는 사람들도 많고, 심지어  초면에 대놓고 반말하는 사람들도 허다합니다. 문제는 반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이 든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대접받으려 하고 나이 어린 사람은 손윗사람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불공평하고 비인권적인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아랫사람은 손윗사람의 대우가 부당해도 직접적으로 항의하지 못하고 뒷담화를 하거나 자신보다  더 어린 사람을 괴롭히며 자신이 당한 것을 해소합니다. 이런 것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어린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면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사회의 영향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 중에 권위를 내려놓은 분들이 그토록 멋있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나이 어린 사람에게 존댓말 하는 것을 전혀 꺼려 하지 않습니다. 반말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고귀한 입장만 반영하여 잔소리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 어린 응원을 아끼시지 않는 분입니다. 억지로 자신이 사랑한다고 알리는 분이 아니라 내면의 사랑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그런 분 말입니다. 이런 분이야말로 길 잃은 아이에겐 등대 같은 분입니다. 이런 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옷차림을 하지 않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여러분은 핑크빛 신사를 몇 분이나 만나셨습니까? 여러분은 핑크빛 신사입니까? 

 

 

 

이창환 작가 소개lcw001.jpg


쌍둥이 육아일기 ‘한비단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길거리 사진(street photography)입니다. 찍어온 사진으로 퍼즐 맞추듯 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큰 희열을 느끼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로스트 차일드’는 제 자신과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Facebook: https://www.facebook.com/thywings 
 
 Instagram: chad_lee_photography

 

 로스트 차일드 작업노트
 
공부를 잘하여 좋은 대학에 가서 번듯한 직업을 얻고 이상적인 배우자와 만나 결혼해서 집을 사고 아이를 낳는다.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되었던 행복의 기준이자 삶의 가치이다. 사람마다 꿈과 원하는 삶, 성장의 속도, 성향, 환경이 다른 것은 외면된 체 누구에게나 적용되었던 ‘상식’이어 왔다. 이 상식을 나침반 삼아 열심히 걸어왔는데 내가 누구인지도, 여기가 어디인지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는 먹어서 어른이 되었지만, 깊숙이 묻어 두었던 나의 일부를 더 이상 무시할 수가 없다. 이제는 오래된 나침반을 버리고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List of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