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장이 아쉽다
나는 가끔 시골 오일장을 찾아간다. 카메라 한 대 달랑 메고,
시골장터는 “정(情)터”이다. 그곳엔 우리의 어머니가 계셨다.
성남 모란시장 민속오일장은 4, 9일에 열린다.
전국최대규모이다. 주변은 몇 년간 공사 중이다.
없었던 아파트도 높이 높이 들어서고,
허름한 가게들은 하나 둘 없어지더니 예쁘지도 않은 네모난 건물상가로 바뀌고 있다.
물론 길거리 깔판가게들도 전문장사꾼들의 좌대로 바뀌고,
대규모 전철역이 생기고 버스정류장도 엄청나게 크다.
여의도환승센터보다도 더 길고 정차하는 버스의 번호도 다양하다.
그래서 그런지 1년에 한 번씩 가도 그때마다 다르다.
한마디로 옛날 맛(?)이 없다. 정(情)도 없다.
내가 기획하고 있는 사진전의 제목이 “우리 함께 정사(情寫)하자.”이다.
“정이 담긴 사진”인데, 그리 선택할 게 별로 없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시골장터로는 욕심내지 않고 현실에 만족한다.
이단종교 설파, 유치하면서도 멋진 컬러선글라스, 이상한 정력콘돔도 관심을 끌고,
트로트와 팝송이 테이프나 CD에서 마이크로 메모리칩으로 바뀌고 있는 세상이니,
할 수 없다. “모든 게 바뀌고 있다.”
모란장에 나오신 할머니의 관심은 뭘까?
엄마가 그리워지는 고무줄, 삶은 옥수수는 대박이다.
토끼가족이 새 주인을 기다리며 오순도순 밥을 먹고 있다.
모란장을 나오며 선선한 가을에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지하철 모란역으로 내려간다.
“우리의 어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장마다 다른 풍경들 모란장이 낯익어 보입니다.
이동준 작가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