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암남동
모든 땅이 그러하듯,
그들은 자신을 진정으로 보려는 자에게 민낯을 보여준다.
이곳의 해안절벽 역시 마찬가지다.
해안 길을 따라 들어가기 전, 갑자기 등장한 높고 웅장한 절벽에 탄성이 절로 나오지만
진짜는 더 깊숙한 곳에 있다.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한 번 그곳을 찾는 이에게는 기꺼이 자신을 보여주는 땅이 있는 것이다.
해안가로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깎아지른듯한 절벽의 단면에 켜켜이 쌓인 퇴적층이 보인다.
중생대 백악기 지층이, 여지없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반복되던 가뭄과 범람의 흔적을 보여주는 붉은색과 회색의 지층들과
군데군데 숨어있는 공룡의 자취들.
이곳의 퇴적층은 약 1억 년 전에 형성된 지구의 기록이다.
굽이치는 굴곡 속에서
이 땅의 역사 역시 얼마나 굴곡졌는지 알 수 있다.
파도는 한 번 치고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땅은 한 번 충돌하고 구부러지면, 그 잔상을 여전히 갖고 있다.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
바위의 색깔이 신비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