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한비와 단비의 이름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은 제 인생을 바꾼 책 중에 한 권입니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비행이라는 고귀한 이상을 추구하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저는 조나단의 비행과 같은 삶을 살고자 했으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늘과 새를 올려다보며 기운을 얻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비를 좋아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통 제 주위 사람들은 비를 불편하고 짜증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비 오기 시작할 때의 흙의 냄새, 비의 소리, 심지어 비 올 때 어두침침한 날씨까지도 좋아했습니다. 내리는 비를 보며, 빗소리를 들으며 행복하게 책을 읽는 아내의 모습은 제게 신비롭도록 아름다웠습니다. 당연히 저도 비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쌍둥이가 태어나길 기다리던, 유독 가뭄이 심했던 어느 봄날, 기다렸던 단비를 바라보면서 우리 아이가 단비처럼 사람들이 반가워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딸의 이름은 단비로 정했습니다. 수많은 글자와 비를 조합해 보다가 결국 아들의 이름은 한비로 하기로 했습니다. 한비는 옛말로 큰 비입니다. 한비와 단비는 한자로도 뜻이 있습니다. 한비(翰飛)는 높이 난다는 뜻이고 단비(亶飛)는 진실로 난다는 뜻입니다.
초여름 어느 날 한비와 단비와 외출했다가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아이들은 순수한 경외심으로 비를 바라봅니다. 단비에게 요가 동작을 한참 전에 가르쳐 준 적이 있긴 하지만 왜 갑자기 비를 보며 저 동작을 취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이창환 작가 소개
누가 정해준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삽니다. 스펙이나 타이틀보다는 한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성장하기 위해 삽니다. 그러다 보니 명예도 부도 얻지 못했지만 가족의 행복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얻었습니다. 쌍둥이 한비와 단비가 태어나고 2년 동안 아내와 함께 육아에 전념했습니다. 올해 아내가 복직한 후부터는 아내가 근무하는 시간동안 제가 쌍둥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시작은 알지만 어디서 끝날지 모르는 여행 같은 육아의 묘미를 여러분과 사진을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Blog: http://thywings.blog.me
Facebook: https://www.facebook.com/thywings
Instagram: thywings74
강미옥 작가님께서도 역시 비를 좋아하시는군요. ^^
'시공(時空)을 건너다'와 함께 있는 사진이 떠오릅니다. 잿빛 승복에 똑같은 검정색 우산을 쓰시고 돌다리를 건너시는 스님들의 사진, 제가 아주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http://photovil.hani.co.kr/?mid=photographer&category=489204&page=1&document_srl=659155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해요.^^
시냇물은 큰 강물 쪽으로
흘러흘러 가는데
푸르름 깊숙이 들어왔네
오늘도 비가 내리는데
또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넘는다
한비와 단비, 이제 이름의 의미를 알았네요. 의미가 깊네요.
비는 생명입니다.
비 내리는 소리는 심장 뛰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비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