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반새 육추
청호반새는 까칠하기로 치면 그간 담은 조류들 중 가장 까칠하고 담기 힘든 걸로 생각해도 으뜸인 것 같다.
매년 같은 곳을 기억하고 찾아와 언제나처럼 작년에 사용했던 굴이 아닌 새로운 굴을 파고 포란과 육추를 한다.
벌써 삼 년째 같은 장소를 찾는 청호반새와 나….
친해질 법도 하건만, 하루종일 위장텐트 속에서 서로 신경전만 펼치다 결국 철수하고 만다.
더위에 혹시나 육추 중인 새끼가 탈진되는 사고를 염려해서다.
따지고 보면 결국 내가 청호반새에게 지고 후퇴를 하는 셈이다.
이런 순간들은 찍는 자와 찍히는 자의 대립을 현장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참 힘들다. 달리 설명의 한계를 느끼고….
삼일째 처음 촬영에 성공했다.
작은 벌레만 물어 나르더니 드디어 주식은 개구리를 사냥한 모습을 담았다.
감동과 희열의 순간이었다.
왕복 140km를 삼일 동안 오가며 결국 촬영에 성공했다.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육추에 들어갈 것이다.
주 먹이인 개구리가 점점 더 큰 것을 잡아올 것이며, 이소 시기가 가까워지면 뱀이나, 장지뱀을 물어 나를 것이다.
첫 촬영에 성공한 개구리를 입에 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