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왜 찍느냐는 물음은 왜 사느냐는 물음만큼 원초적인 질문이다. 대답이 쉽지 않다.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대답도 가능할 것이다. 그중 가장 비중 있는 대답이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이 있으면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 한 장의 사진은 백 마디의 말을 줄인다. 한 페이지의 글 정도는 한 장의 사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어디 한 페이지의 글뿐이겠는가. 사진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보여줄 수 있는 표현 도구다. 지극히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보여주기 수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땅이 달라지면 다른 풍경들이 펼쳐진다.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이곳 다누시마루에는 자전거를 탄 풍경이 흔하다. 며칠 전에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들러 돌아오는 길이었다. 앞쪽에 여학생 셋이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모습이 보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안전모를 쓴 모습은 꽤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안전제일이다. 성인의 경우는 헬멧이 일반적이지 않다. 자전거 여행의 경우에는 더러 쓰고다니는 것을 보지만 가까운 곳을 나가는 경우는 우리처럼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의 경우는 언제나 필수다.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경우에는 반드시 안전모를 쓴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나이의 여학생들이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이 땅의 상징적인 풍경이다.   
 
전부터 언젠가 그 모습을 찍어 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앞에 가고 있는 세 여학생을 보는 순간 로보캅이 데이터 화면으로 대상을 감지하듯 그림을 감지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겠지만 놓칠 수 없는 사진이었다. 지금 찍지 않으면 후회한다.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한 손으로 핸들을 쥐고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잡았다. 대상이 너무 멀다. 서둘지 않으면 그림을 놓칠 것이다. 페달에 힘을 가했다. 달리면서 찍었다.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얻은 귀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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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시마루 중학교 3학년 오카무라 미에이(岡村美瑛)양. 앞모습을 보니 의외로 밝고 명랑하다.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왜 안전모 쓴 모습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선입견은 이래서 무섭다.

 

즉석 돌발인터뷰.

/ 문: 헬멧 쓴 모습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나? 답: 좋아요(웃으며 V).

 

/ 문: 학생복을 입을 때만 헬멧을 쓰나? 답: 주말에 특별활동이 있을 때 체육복을 입고 등교할 때도 써요.

 

/ 문: 초중고생 다 쓰나? 답: 중학생만 써요.

 

/ 문: 어! 그건 왜? 답: 몰라요. 학교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 문: 헬멧을 쓰는 거 싫다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 답: 안전을 위해서 쓰라고 하는 건데….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기도 하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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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청에서 근무.

 

오마이뉴스 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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