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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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 단비, 한비가 좋아하는 것


제가 컴퓨터라는 것을 처음 접한 것은 1984년 봄, 초등학교 4학년 때 특활반에 가입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6학년 선배가 그래픽 문자로 화면에 제 이름을 띄워 보여주던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을 그 화면이 제게는 한없이 아름답게 보였고, 흑백의 화면을 보며 자판에 영어로 무언가를 두드려서 컴퓨터를 작동하는 그 6학년 선배가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게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컴퓨터는 제 삶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고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저의 꿈이 되었습니다. 시에서 무료로 컴퓨터 강좌 하는 곳이 있으면 빠짐없이 찾아가 들었고 방학 때도 자발적으로 학교에 가서 컴퓨터를 했습니다. 6학년이 되었을 때는 시에서 주최하는 컴퓨터 경시대회에서 장려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중학교에 가서도 당연히 컴퓨터 특활반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키순으로 정해지는 학번이 뒤쪽이라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한 반에서 2명만 컴퓨터반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는 학번 순으로 특활반을 정하셨고 제 앞번호 학생들 중에 두 명이 이미 컴퓨터반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정말 억울했던 것은 컴퓨터반을 선택한 그 두 명은 저보다 컴퓨터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혼자서라도 컴퓨터학원에 가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서 아버지께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제 이야기를 잠시 들으시더니 “컴퓨터는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라고 하시며 대화를 끝내셨습니다. 평소에 아버지와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저는 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제 꿈은 산산이 부서졌고 상심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이미 제 열정은 사라졌고 웬일인지 전공 공부를 잘 해나갈 수 없었습니다.
 
  절망의 십 대 시절을 보내고 삽 십 여 년이 지난 지금, 단비와 한비를 키우면서 그때의 일을 자주 생각합니다. 그때의 좌절감과 그 좌절감을 방치했던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을 생각합니다. 저는 단비와 한비가 비슷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할 것입니다. 단비, 한비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어 좋아하는 것을 지지하고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아무리 작더라도 제가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단비는 핑크색을 좋아하여 핑크색 원피스와 핑크색 구두를 즐겨 신으며, 미술을 할 때도 핑크색을 주로 사용합니다. 얼룩말을 좋아하며 책 보는 것과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끔은 스스로 노래를 만들어서 부르기도 합니다. 한비는 기계를 다루는 것과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차를 타고 어디 갈 때는 내비게이션 보는 것을 즐기고 미로 찾기를 좋아하여 직접 미로를 그리기도 합니다. 구슬이 복잡한 길을 따라 내려가는 구슬 경주 보는 것을 좋아해서 최근에 구슬의 길을 만들 수 있는 블록 장난감을 해외 직구로 사주었습니다. 단비와 한비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 제게는 아주 소중한 보물입니다.



이창환 작가 소개lcw001.jpg


누가 정해준 삶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삽니다. 스펙이나 타이틀보다는 한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성장하기 위해 삽니다. 그러다 보니 명예도 부도 얻지 못했지만 가족의 행복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얻었습니다. 쌍둥이 한비와 단비가 태어나고 2년 동안 아내와 함께 육아에 전념했습니다. 아내가 복직한 후부터는 아내가 근무하는 시간 동안 제가 쌍둥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시작은 알지만 어디서 끝날지 모르는 여행 같은 육아의 묘미를 여러분과 사진을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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