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8월을 뒤로하고 ‘9월이 오면’의 영화음악이 감미롭게 귀에 감겨올 때, 고양시 도서관의 정조 효심 능행길, 융건릉, 용주사, 수원화성 답사에 참여하였다. 융건릉(조선왕릉, Royal Tombs of the Joseon Dynasty, 2009 )과 수원 화성(Hwaseong Fortress, 1997)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사람의 인연, 역사의 아이러니. 정쟁의 틈에서 노론을 등에 업고 왕이 된 영조는 왕의 자리가 보장된 아들 사도세자의 안일한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을 터이다. 부자간에도 권력, 특히 왕권은 나눌 수 없다. 아비는 아들을 죽이고 손자는 그 아버지에게 효성을 다하고, 오이디푸스 왕의 신탁에 대한 다른 해석은 아버지를 죽인 아들은 비극을 맞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아비를 죽여야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보이오티아 지방의 트로포니오스(Trophonius) 신전에는 기억을 상징하는 므네모시네 샘물과 망각을 뜻하는 레테의 샘물이 동시에 흐른다. 그 곳에 신탁을 구하러 찾아온 사람들은 반드시 레테와 므네모시네의 샘물을 차례로 마셔야 했다. 이는 이전까지의 복잡한 생각들을 잊어버리고 ‘예언’을 보다 분명하게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예언 실현의 불가능성과 필연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지고의 통찰력은 가장 철저한 맹목성이며 최고의 낙원은 잃어버린 낙원인 것처럼,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설었던 정조(正祖)의 꿈. 한바탕 흐드러지게 꿈을 꾸고 난 듯한 길에서 길을 묻는다. 정조는 돌아와 아버지를 바라보는 곳에 묻혔다. 새로운 조선, 새로운 정치세력, 새로운 정치공간인 수원화성 천도를 꿈꾸었던 정조는 한없는 그리움을 지우고 흙이 되어 누워 있는 듯했다.
Apres un reve (꿈꾸고 난 후에)
김성훈(아이디: norlam)작가는
부산 출생이며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쌍용투자증권 등 금융 파생상품 관련 기업에서 근무.
건강회복의 일환으로 명상수련과 절집, 왕릉, 폐사지 등의 문화유산 답사기행과 걷기여행을 시작하였다.
법륜스님의 글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잘된 것이다-라는 글귀를 늘 염두에 두고 산다.
늘어만 가는 음반, 공연장 티켓, 그동안 모아둔 수많은 내한공연 연주자 사인이 있는 포스터를 한적한 시골 창고 작업장 같은 곳에 패널로 걸어놓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중 하나이다.
근래는 이미지 인문학, 디지털 미학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