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는 입구부터 요란하다.
무려 13km에 이르는 물줄기,
청학천이 흐르는 소리다.
백두대간의 한 봉우리, 노인봉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동해 바다로 향하는 연곡천을 만날 때까지 쉴새없이 흐른다.
높은 곳에서는 점프하고, 완만한 곳에서는 미끄러지며
좁은 곳에서는 더 고난도의 곡예를 하는 물길.
물은 폭포가 됐다가 연못이 되고
작은 도랑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얼굴 하얀 노인의 얼굴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 노인봉.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노인봉 아래 소금강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다.
물과 흙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화강암은
정상에서 바닥까지 다양한 모습인데 각각이 익살스럽다.
무른 부분이 물에 쓸리면서 튼튼한 알맹이만 쏙, 하고 남아
바위는 마치 덩이줄기처럼 둥글둥글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천 바닥 모두가 화강암인 곳은
물살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작은 도랑이 되기도 한다.
바위 절리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조그마한 연못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식당암 같은 커다란 너럭바위는,
무겁게 짓누르던 바위가 사라지자
눌려 있던 화강암 덩어리가 부풀면서 판상절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바위는 부서지지 않는다.
그저 물에 제 살을 내어줄 뿐이다.
물은 바위를 깎지 않는다.
부드럽게 바위를 감쌀 뿐이다.
유연함과 뚝심으로 만든,
물과 바위의 작품이다.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