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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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수 츠즈이씨

 

 두 사람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오두막 인근 미노온천에 다녀오는 길에 언뜻 숲 속에 집짓는 현장이 보였다. 고즈넉한 산모퉁이에 스기나무 숲을 배경으로 선명한 나무빛깔의 건축물 골조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전에 집짓는 현장을 몇 번 구경해본 경험이 있어서다. 가까이 다가가 봤다. 자세히 보니 흔히 짓는 집이 아니었다. 재료가 달랐고 골조를 엮는 방법이 달랐다. 자료사진을 찍어 둘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일하는 중이었다. 손놀림이 익숙했다. 옷차림에서도 목수의 연륜이 느껴졌다. 내 신분을 밝히고 말을 걸었다. 몇 마디 물어보니 일본 전통방식의 건축이었다. 목재는 삼나무(스기)라고 했다. 오늘은 카메라도 없으니 일단 얼굴을 익혀두는데까지다. 나중에 사진 찍으러 다시 오겠다고 예약을 해두었다. 나는 대개 사진을 앞세운다. 인터뷰라 하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어서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된다.
 
 방문 시에는 간단한 오미야게(お土産, 작은선물)를 준비한다. 오미야게는 대개 김 두 봉지씩이다. 한국 김은 유명해서 이곳 사람들 누구나 좋아하는 선물이다. 김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는 고추김이다. 어디든 말을 트는데 쓰는 아이템이다. 처음에는 한 박스를 선물하기도 했었다. 상대방에서 의례적인 사양이 아니라 부담스런 빛이 역력했다. 이건 안되겠구나. 작은 것에 마음을 담아 나누는 사람들이었다. 크고 작은 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성의다. 선물은 상대방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있으면 된다. 그쪽도 그걸 안다. 진심을 통하는 법이니까. 김 두 봉지는 경험을 통해 얻은 적정수량이다.
 
 두 사람은 무라타(45) 츠즈이(60)씨다. 츠즈이 씨에게 물었다.
-목수 일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열 다섯 살 때니까 45년 됐네요.”
-이 일을 선택하게 된 이유같은게 있나요. 아버지가 목수셨다던가...
“아버지는 돌쟁이였어요.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고 먹고 살려다보니 목공일을 하게 됐지요”
-45년 동안 쭉 해오신거네요.
“그렇지요.”
-그동안 집은 몇 채 정도나 지으셨어요?
“셀 수 없을 정도지요. 진쟈(神社,신사)나 미야(お宮,천황가의 신사)의 목조각 일도 했으니까. 목조각 일이라면 열 대여섯채 쯤 될거예요.”
-목공일의 즐거움이라면?
“역시 다 지었을 때지요. 다 지어놓고 내가 이집을 지었구나 느끼는 때. 목 조각할 때 재미도 커요.”
-짓고 있는 이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나 되나요.
“80제곱미터(25평) 정도 됩니다.”
-공사기간은 어느 정도나 걸리나요.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반 년정도 걸릴 겁니다. 설비나 지붕 공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우리 두 사람 손으로 하거든요.”
-건축주가 공사기간 같은 거 정해주지 않나요.
“대충 기간이야 있지만 꼭 맞추기는 힘들지요. 더구나 이 집의 경우는 건축주가 언제까지든 괜찮다고 했어요. 잘만 지어달라고. 기간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대들보를 보면 나무가 생긴 모양대로 올려놓은 경우가 많은데 멋져 보여요.
“주인이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보통은 천장공사를 해서 대들보를 감추게 됩니다만 이집은 드러내는 공법을 씁니다. 보이는 쪽으로 시공하고 있어요.”
-전통 기법입니까?
“옛날에는 반듯한 재료가 없었으니까. 그대로 얹어 썼지요. 요즘에는 그게 멋있다고 생각들 하나 봐요. 집주인과 상의해서 대들보 모양이 결정되면 재료를 찾으러 재재소를 돌아 다닙니다. 맘에 드는 재료를 골라오지요.”
-골조공사만 하나요?
“기둥과 벽을 세우고 마루를 까는 일까지입니다.”
-완성까지 건축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요?
“평당 80만 정도입니다. 25평이니까 약 2천만 정도 되네요.”
-지금까지 일해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건물이 있나요?
“진쟈 목각들이 주로 기억에 남습니다. 아스카 양식이라든가 전통양식들이어서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
-그쪽은 전통 건축보다도 더 전문적인 분야네요.
“그렇지요. 절을 짓는 대목은 쓰는 용어 자체가 달라요. 이야기를 해도 일반 목수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다릅니다.”
 
  이야기 하는 중에도 바쁜 눈치를 보이지 않는다.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노량노량” 일이 되어가는 대로 하는 분위기다. 대답하는 말에도 성의가 묻어난다. 필요하면 언제든 또 놀러 오란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타인에 대해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 열려 있다는 것은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시간적으로나 맘 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남을 배려하지 못한다. 넉넉한 배려 속에 소통이 싹튼다. 배려는 좋은 사회를 이루는 기본 덕목이다. 외국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내가 씩씩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이곳 사람들의 배려에 힘 입은 바 크다. 감사하며 살 일이다.
 

 



유신준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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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을 깊이 알고 싶어 조기퇴직하고 백수가 됐다.

 

지인의 소개로 다누시마루 산기슭의 오두막을 거처로 정했다.

 

자전거를 벗삼아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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