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무늬
시인의 말
잔 가지가 아프도록 바람이 불었다
꽃이 피어나고 기억의 그늘이 있던 자리
또다시 새로운 씨눈이 돋아났다
가지마다 눈부신 시간의 흔적들이 내려앉았다
투명한 유리알에 새로운 파장으로 색을 입혀 꿰어 놓는다
마. 침. 표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
출판사 서평
사진은 대상과의 인연이자 교감이다.
시는 번쩍 떠오르는 영감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영상미학과 삶의 철학을 겸비한 강미옥 시인은 프로페셔널 아티스트이다.
어느 시인이 찍은 사진보다, 어느 사진작가가 쓴 문장보다 절묘하다.
그 이유는 억지로 둘을 묶지 않고 즉시 현장에서 느끼고 담았기 때문이다.
회화(그림)는 작가의 상상력이나 추상이 개입되고,
난해한 현대시는 독자들과 공감을 나누기엔 어려움이 많다.
『바람의 무늬』사진시집은 이미지와 시가 한몸이 되어 바로 가슴에 와닿는다.
그의 사진시에서는 생성과 소멸, 자연과의 소통, 생과 사가 있다.
넋두리가 아니라 신선한 깨달음이 있다.
휴대폰으로 눈앞의 안부를 담고 그리운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2020 시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격이 높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추천평
강미옥 시인은 사진의 언어와 문자의 언어로 시를 ‘찍고’, ‘쓴다.’
그 사이에 팽팽한 경계가 만들어져 있다. 그것이 강 시인의 ‘사진시’다.
이 시집의 표제인 ‘바람의 무늬’만 봐도 카메라의 포충망으로
포획한 바람이 지나가며 남긴 무늬를 낚아채고,
그 무늬 사이사이 빛과 어둠의 얼굴을 보여준다.
사진만 봐도 그 깊이를 알 수 있고, 시만 읽어도 그 넓이가 충분한데,
그 둘의 ‘콜라보’에서 강미옥 시인의 사진시는
무릎을 탁! 치는 절창을 만드는 것이다.
정일근 시인 (경남대 석좌교수)
만가
오고 감, 한순간의 몸짓인가
구름 타고 바람에 흘러
모였다
흩어졌다
끝나지 않은 말들
한 나절을 울고
회상
한 조각 구름이었는지
한 바탕 연기였는지
지난날 뒤돌아 보니
굽이굽이 걸어온 길들이
문득, 한나절 같구나
나의 가을
눈이 오는 게 아니다
꽃이 날리는 게 아니다
잎이 떨어지는구나
떨어짐이 이렇게
아름다운 날도 있다니
공(空)
비우고 또 비운 발걸음
비운 것조차 더 비우니
둥글게 휘어진 돌다리마저 가볍다
가볍고 가볍다
잉태
하늘에서 눈이 되어 내려오고
둥글게 준비한 땅이 만났네
순결한 탄생은
고요하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강미옥은 부산 출생으로 사진가이자 시인이다.
디카시집 『기억의 그늘』(2017, 눈빛)
사진시집 『 바람의 무늬 』 (2020, 투데이 북스)를 출간하였고
사진을 통하여 개인전 <향수> (2018),
<통도사, 솔숲 사이로 바람을 만나다> (2019) 가졌다.
현재 경남 양산의 청조 갤러리 관장이며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삽량문학회 편집장,
양산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meokk2
카페: http://cafe.daum.net/kmobookphotogallery
[어학사전]
■ 디카시 (디카시집)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극 순간성, 극 현장성을 중요시하며 한 장의 사진에 5행 이내의 시적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 사진시 (사진시집)
[문학] 사진을 활용하여 창작하는 시. 대표적으로 디카시가 있다
*넓은 의미의 사진시는 디카시, 디카시조, 사진시(포토포엠), 포토시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디카시의 개념과 정의에 관계없이 사진과 문장의 구성이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디카시 (디카시집), 사진시 (사진시집)는 모두 문학 장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