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 메밀꽃밭에서
파주 출판단지 갔던 날에 빛이 너무 좋아 바로 귀가하기도 싫고, 마침 봉평 메밀꽃 축제기간이란 얘기를 들은 터라 선배님들을 졸라 봉평으로 향했다.
휴게소에서 아침 겸 점심 먹고 이효석 문화마을에 도착하니 평일 정오를 넘긴 시간인데 이미 주차공간을 찾기도 힘들만큼 차량도 빽빽하고 넘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 쪽에는 아직 여린 메밀꽃밭, 그 너머에는 만개한 메밀꽃밭이 이어지는데 인파에 떠밀려 들어가는 순간 잠시 머릿속이 하얘졌다.
상상력의 빈곤으로 메밀꽃 하면 이효석의 그 허생원과 동이만 떠오르는 진부함에다가 사진을 접목하자니 막막했다.
뭘 찍지. 어떡하지….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혼자 길을 잃은 느낌이다.
소금을 쫙 뿌린 듯한 꽃밭에서 풍경사진도 접사도 자신이 없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아~! ND 필터면 되지 않을까 했다.
바람은 메밀꽃밭에다가 지그재그로 길을 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다 흩어져버리고, 잠시 정지해서 사진을 찍고 찍히는 사람들은 메밀꽃 파도 속에 남아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메밀꽃 파도가 지루해질 무렵 180밀리를 꺼내 메밀꽃 송이송이를 뭉게구름으로 담아보니, 그 뒤로 연인도 벗들도 다정했다.
한낮 더위는 가시고 여행하기 좋은 가을날, 메밀꽃밭에서 반나절을 놀아보니 소설 속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이은숙작가는
충북 괴산읍내에서도 한참 먼 시골에서 나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도청소재지 여고를 나와상경해서는 꿈과는 달리 아주 실용적인 학과를 마치고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하고20년 직장생활 중 가끔은 다 접고 배낭을 꾸렸던
돈과 시간 중 넉넉한 게 있다면 여행을 꿈꾸는
화가의 꿈을 포기 못해
사진으로라도 아련한 그리움과 이쁜 색채감을 그려내고 싶은
현실과 타협 못 하고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초보사진쟁이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졸업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 수료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 수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몇 차례 단체전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