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뽀얗게 내린 눈 위에,
어미의 식상한 근심은
허공에 맴돌다가
눈 위로 사그라진다.
강건한 노모의 모정 앞에
이렇듯 뻐근하게 마모된 사랑,
고개 내밀고 기다리다
눅진한 하루를 햇살에 염원해 본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지하 막장에 탄을 캐러 간 아들 생각으로
무심한 하늘만 바라보는 어미 마음,
검은 때가 덕지덕지 묻은 손을
씻기기라도 하듯
그렇게 눈이 또 내린다.
시간은 또 흐르고
겨울 하늘은 제 할 일을 할 뿐인데
눈 치우던 삽을 옆에 두고
마루에 걸터앉아
아린 속을 달래어 본다.
찬 겨울 눈바람 속에서도
어미의 마음은 순백의 눈처럼
변할 줄 모른다.
박병문 작가는
태백 출생이고 현재 오투리조트에서 근무,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홍보운영위원과 한국리얼다큐사진가회회원.
2010년 제 24회 강원도 사진대전 대상, 2013년 제 1회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대상 등 여러 수상경력.
2014년 ‘아버지는 광부였다’ 개인전. 2013년 성남시청 초대전 '태백의 사계', 2014년 대한민국 국회초대전
'웅비하는 대한민국 그러게 말이다' 등 여러 단체전.
저서로 ‘금대봉의 야생화’, ‘아버지는 광부였다’ 사진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