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쪽방촌 공원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는 천 원이다.
건너편 구멍가게에서 소주는 천육 백 원이고
막걸리는 천삼 백 원이다.
겨울 카페 유리벽 안에 서서
집 있는 나는 물끄러미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유리벽 건너 공원 노란 의자에 앉아
집없는 그는 찬 소주를 마시며
사천 백 원짜리 담배를 피운다.
아메리카노가 삼켜질 때마다 나는
유리벽 안 카페 속 검은 위로를 삼키는데
찬 공기 속 검은 담배를 삼키는 그는
흰 연기와 함께
아메리카노와 나를
토해 버린다.
담배보다 소주보다
저렴한
아메리카노와 나는
카페 유리벽을 나오며
외상하려던 막걸리를 구멍가게 주인에게
빼앗긴
아메리카노 마시지 않는
또 다른 그를 본다.
물끄러미 아메리카노와 나를
보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남의 쪽방으로 절룩절룩 걸어간다.
눈물겨운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