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인 청킹맨션, 노란 머리의 임청하가 이 안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 홍콩 도심을 가로지르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양조위와 왕페이의 풋풋한 사랑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 영화 <첨밀밀>에서 여명이 장만옥과 자전거를 타던 캔톤로드입니다. 시골 청년이 다니던 거리는 현재 명품 쇼핑몰이 들어섰습니다.
» <무간도>에서 웡 경정이 죽음을 맞이한 광동투자빌딩입니다. 망연자실하던 양조위의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트랜치 코트를 입고 담배를 피우던 황후상 광장입니다. 이때부터 주윤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지요.
#7. 홍콩영화 속에서 바라본,
한때 <영웅본색> 시리즈를 보고 홍콩 느와르에 심취한 적이 있습니다. 30년 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지금까지 명작의 반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시절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을까요.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홍콩은 좁습니다. 그래서 홍콩 주민의 생활권이 곧 관광지이고 영화 촬영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영화의 한 장면을 마주치는 일이 잦은데,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유리의 성>을 보고 홍콩대학이 다르게 보였고, <무간도>를 보고 늘 다니던 셩완 거리가 특별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기숙사 앞에 위치한 퀸 메리 병원은 <영웅본색2>에서 장국영이 총상을 맞고 실려 간 병원이라고 하네요. 홍콩은 아는 만큼 보입니다.
홍콩에 오고 나서야 비로소 홍콩 영화에 빠졌습니다. 80년대 오우삼의 느와르, 90년대 왕가위의 멜로 등 홍콩 영화 황금기 시절에 나온 영화들을 보면 오래전에 나온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감탄스럽습니다. <첩혈쌍웅>의 액션이 주는 몰입감과 <첨밀밀>의 애틋함, <아비정전>에서 연출되는 어두운 색감 등 지금의 영화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 많습니다. 홍콩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저 ‘고전 영화’ 정도로 여겼을 작품들을 현지에서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혹시나 홍콩에 오시게 된다면, 영화의 한 장면이었던 곳들을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때 그 시절의 주윤발과 장국영을, 임청하와 장만옥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평범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보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
가볍게 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바라보는 홍콩의 모습을 담습니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홍콩도 서울과 다르지 않구나 싶었는데,
영화를 얘기하시니 좀 다르게 보입니다
중경삼림, 첨밀밀, 아비정전... 그들은 잘 살고 있을까요? 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