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부였다.
아니 여자 광부였다.
검은 분진으로 시작한 하루
검은 마스크 속 하얀 입만 드러낸 체
검은 분진으로 끝나는 하루에
툭툭 털면서 석양을 짊어졌던 그때
내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던가?
반세기도 훨씬 넘어버린 시간 동안
아롱진 분홍빛의 기억과
기억조차 남기 싫은 꾸러미들이
엉킨 거미줄 마냥
뇌리를 뒤흔든다.
넉넉지 않았던 광부 아내의 자리
폐를 장악한 검은 분진은
“진폐“라는 명목 하에 내 사랑을 앗아 갔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 같은 선탄부의 길
먹기 위해 일했었고,
살기 위해 일 했었고,
자식 위해 일해야만 했었다.
분명,
꽃이 피었건만
그 꽃이 핀 모습마저
향기롭지가 않음이다.
바람은 검은 추억이라며
입속 한 모금의 말라가던 그리움을
갈증으로 지우라고,
추억으로 여기라고,
그때 그 바람이 전해준다.
박병문 작가는
태백 출생이고 현재 오투리조트에서 근무,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홍보운영위원과 한국리얼다큐사진가회회원.
2010년 제 24회 강원도 사진대전 대상, 2013년 제 1회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대상 등 여러 수상경력.
2014년 ‘아버지는 광부였다’ 개인전. 2013년 성남시청 초대전 '태백의 사계', 2014년 대한민국 국회초대전
'웅비하는 대한민국 그러게 말이다' 등 여러 단체전.
저서로 ‘금대봉의 야생화’, ‘아버지는 광부였다’ 사진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