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논산 관촉사 (2)

 
어렸을 적 읽은 책 중에 “쥐의 사윗감”이라는 동화가 있었다.
쥐 내외가 애지중지 키운 딸을 시집보내려고 최고의 사윗감을 찾는 이야기다. 쥐 내외는 몇 해가 걸려 쇠 지팡이와 쇠 신발이 닳도록 세상을 돌아다니며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힘이 세고, 훌륭한 사윗감을 찾아다닌다. 최고의 사윗감이라 여겼던 해와 구름과 바람을 거쳐 은진미륵 앞에 온 쥐 내외에게 미륵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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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끄떡없으니 내가 바람보다 힘이 셀지는 모르지요. 하지만 내 발밑에 쥐들이 굴을 파서 나를 넘어뜨리려 하니, 나는 쥐에게는 당할 수가 없다오.”
이 얘기를 들은 쥐 내외는 결국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 훌륭한 것은 바로 쥐라는 것을 깨닫고, 힘센 총각 쥐를 골라 딸과 결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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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에서 쥐 내외는 가장 잘나고, 가장 뛰어난 사윗감을 찾아 세상을 다 뒤졌지만, 결국 먼길을 돌아와 만난 것은 자신과 같은 종족인 ‘쥐’였다. 이 이야기는 그동안 너무나 익숙해서 잊고 지냈던 ‘나의 진정한 자아’, ‘내 존재의 위대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말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세상에 뛰어난 것은 많지만, 결국 깨달은 것은 ‘내 자신의 소중함’이라는 얘기다. 먼길을 돌아와서야 곁에 있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 이야기는 메텔링크의 동화 <파랑새>를 떠올리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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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우리들도 쥐 부부처럼 먼 곳만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가장 소중한 것은 오늘 하루하루, 지금 눈앞에 있는 일상일지도 모르는데 먼 곳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눈앞에 소중한 것을 두고 엉뚱한 길을 헤매고 있는 우리에게 은진미륵은 신비로운 푸른 눈빛으로 무언(無言)의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라고, 소중한 것은 바로 곁에 있다고…….”

 

 


한선영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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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치 여행작가, 한국문화재재단 사진작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며 열심히 숫자를 다뤘다.

길치여서 늘 헤매지만 그만큼 많은 생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는 무한긍정주의자다.

‘길은 어디로든 이어진다’는 생각에 오늘도 길 위에서 헤매는 중이다.

저서로 <길이 고운 절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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