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장마
어떤 사람은 헤드랜턴으로, 어떤 사람은 핸드폰 손전등으로 앞을 비추며 전날 예초기 놓고 온 곳까지 산을 올라갔다. 거기서 풀과 묘목들이 식별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일을 시작했다. 정오까지.
어느 날은 갈등이 유난히 심해 일을 마치고 결국 한 사람이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아. 나만 힘들게 일했어!” 하며 내일부터 일 나오지 않겠다면서 갔다. 그 전에 두 명이 왔다 갔는데 한 사람은 하루 일해보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갔고, 또 한 사람은 깜깜할 때 산을 올라가는 도중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며 일도 하지 못하고 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만 힘들게 일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드는 힘겨운 날들이든, 어떤 경우든 묵묵히 자기 앞길을 작업해나가는 사람이 결국 마지막 날까지 남아있게 된다. 산을 닮아간다는 게 그런 사람을 두고 한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