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길을 걷는다. 어둠도 빛도 아닌 그늘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 혹은 ‘예’와 ‘아니오’가 분명한 삶을 살아오다 ‘그늘’ 같은 삶의 영역을 잃고 살았다.
» 능소화는 양반 꽃이라고도 불렸다. 양반 아닌 서민이 저 꽃 예쁘다고 심었다가는 경치는 일이 있었다. 그러던 꽃을 누구나 심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서열은 존재하고 있다.
» 한남동은 부자동네로 알려졌다. 일부만 맞는 말이다. 호화저택보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자부심 품고 살아가는 미로 같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가난한 한남동도 있다.
» 할머니는 누굴 기다리시는 것일까?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사이 할머니는 아무도 오지 않는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다.
» 서울 하늘에 사람이 살 듯 그 하늘 아래 여기저기 숨어 살아가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도 생명이다. 생명 있는 곳마다 길 없는 곳은 없다. 길은 곧 생명이다. 세상과 이어진 통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