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에 떨어진 꽃들은 노란 리본으로 피어났다. 피어난 노란 꽃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희생을 그냥 헛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세상은 여전히 무심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속내엔 말하지 못하는 분노와 울분 같은 것들, ‘이건 아니다’, ‘이게 나라냐?’ 이런 생각의 씨앗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 영원히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낮은 곳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세월호 유족에 대한 정권의 노골적인 탄압은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라는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 보수의 빨강, 군복. 참 이상한 일이었다. 빨갱이를 그토록 미워하던 이들이 빨강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해병은 영원한 해병일 뿐 아니라, 아내도 해병으로 만든다? 군복을 입은 자들이 공공연하게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들었다.
» 그러나 가장 밑바닥 삶을 강요당하던 이들은 끝내 살았다. 보도 블럭 사이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땅빈대’가 마침내 꽃을 피웠듯이 4월에 떨어진 꽃 피운 노란 리본은 올해 6월에 아주 조금 열매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