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유령 같아 보였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은 것은 또 무엇인가? 세월호 이후, 나의 모든 삶의 의미도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햏다. 무기력증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 그러나 무기력증에 빠져들기보다는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 둘, 세월호에 관한 사회적인 움직임들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일 년도 너무 길었는데 그 이상의 세월이 흘러서야 세월호는 인양되었다.
» 그들은 그들이고 이들은 이들이었다. 욕망처럼 자란 바벨탑, 사기공화국이 따로 없었다. 약점을 잡고, 약점 잡히고, 서로 물고 뜯으며 부패한 정권은 겉으로 보이는 외양에만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 그들은 그들이고 이들은 이들이었다. 세상과 일정 정도의 담을 쌓고 내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차라리 세상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세상이 변했다. 믿어지지 않는다. 마치 말라빠진 굴비에 피가 돌고 그들이 유영하는 꿈이 이뤄진 듯했다. 아직은 꿈. 살아생전 서울역에서 베를린행 기차표를 끊을 수 있을 것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