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kms801.jpg » 봄, 이맘때는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돋아나 희망을 보는 시간이다. 4년 전, 바쁜 일상에 파묻혀 사무실 앞 분식집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먹으며 속보를 봤다. ‘전원 구조’ 소식에 ‘그러면 그렇지.’ 안심했다. 그러나 새싹들을 송두리째 짓밟아 버린 그날이 되어버렸다.


kms802.jpg » 봄이면 어김없이 꽃이 피고, 씨를 뿌리고, 밭을 일군다. 이 거룩한 일, 그러나 이 거룩한 일조차도 아무런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4월을 맞이해야만 했다.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었다.


kms803.jpg » 해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이제야 알았다. 엘리엇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4월을 또 맞이해야만 했다. 일베의 광화문 폭식(2014년)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 밑바닥을 본 기분이었다.


kms804.jpg » 그래도 계속되었다. 4월이 되면 나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빚진 자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발 딛고 사는 현실은 점점 진실과 거리가 먼 삶을 강요했다.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 이 싸움은 감추려는 자들을 부숴버리지 않고서는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전부는 아니지만, 촛불은 승리했다.


kms805.jpg » 올 봄에도 난 씨앗을 뿌렸다. 이 씨앗을 보며 짓밟힌 새싹들이라도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실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2014년 4월 이후, 가장 따스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한남교회 담임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
 
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

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fkim11.jpg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
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
 
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
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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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d

2018.04.15 23:37:52

가슴이 먹먹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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