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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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연분홍 채송화 꽃이 피었습니다.
나리꽃도 활짝 피었고 성급한 코스모스는 벌써 잎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봄부터 오지 않아 무던히도 애를 태우다가 장마 때가 되어서야 내린 비 덕분이겠지요.
 
예년 같으면 부쩍 자랐을 채송화는 아직 한 뼘도 되지 않았고 꽃도 겨우 몇 송이만 피었다고  걱정하셨지요? 비 내린 덕에 채송화 사이에 함께 솟아오른 잡초도 원장님의 걱정거리이시지요? 아픈 허리를 채송화만큼 숙이시고 돌 사이에서 잡초와 채송화를 고르시며 잡초에 호미 끝을 조심스럽게 대셨지요?
 
사람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비와 채송화와 잡초인가 봅니다. 겨울에서 여름까지 그렇게 오지 않던 단비는 반갑고, 말라가던 채송화는 이제 겨우 꽃망울 피워서 애처롭고, 비 덕분에 웃자라는 잡초는 얄밉기만 합니다.
 
저에게는 비 내리고, 채송화 피고, 잡초 어우러져 자라는 그곳이 꿈의 자리입니다만 불과 한 시간 거리도 안 되는 서울에서는 잠시 비 안 온다고 마치 비를 만들기라도 할 것처럼 난리입니다. 가뭄에 지쳐 자라지 못한 채송화가 서울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변하는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낱 부적응자쯤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잡초는 약이라도 쳐서 없애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할 때 비가 오기를 원합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잘 자라는 채송화를 꿈꿉니다. 우리의 꿈 속에 잡초 따위는 없습니다. 서울에서는요.
 
서울을 벗어나 벽제를 지나 무덤가 작은 비포장 도로로 들어서 원장님 계시는 곳에 다다르면 저는 음악을 끄고 차창을 내려 깊은 쉼 호흡을 합니다. 할 수만 있으면 차에서 내려 신발을 벗고 한발 한발 들어서고 싶습니다. 이곳이 경계선입니다. 여기를 넘어서면 비와 채송화와 잡초를 상품가치로만 보는 세계는 더 이상 생각나지 않습니다. 채송화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잡초가 보이고 하늘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의 흰 머리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무기둥 받친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 너머로 흙벽 창문을 열고 나를 부르는 나 자신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는요.
 
원장님
저는 조금씩 변해가는 저 자신이 좋습니다. 불안 속에 잃어가며 변하는 것이 아니라 비운 내 속을 새로운 것으로 채워 변화하는 것이 살아가는 원동력이라 생각됩니다. 저의 살아가는 원동력이 그곳입니다. 아무 일도 도와드리지 않고 놀다가 밥만 축내는 저의 두 손이 원장님이 주시는 것들로 늘 가득한 것처럼 서울로 돌아오는 제 가슴은 늘 조금씩 더 비워지고, 비운 것보다 더 많이 새로운 것들로 채워집니다.
 
원장님
연세가 드시면서 몸이 불편해지시는 것이 걱정입니다. 호미를 드시고, 농사일을 하시고, 잡초를 뽑으시고, 일을 하시기에는 85세 연세가 많으십니다. 평생을 힘든 농사일로 보내셨으니 이제는 쉬셔도 됩니다. 부디 건강을 챙기시길 바랍니다.
 
원장님
다음 주에 제가 갈 때 쯤이면 비 머금은 채송화가 더 많은 꽃을 피우겠지요? 그때 뵙겠습니다.

 

 


김원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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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직장인이다.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한지 10년 정도 되었다.

몇 번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쪽방촌 작업을 5년째 진행 중이고, 기독교 수도원 작업은 8년 정도 되었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의 첫 구절 여시아문(如是我聞)에서 따 온 것이다.

‘내가 본 것’을 나의 느낌으로 보여 주고자 함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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