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이 왔을 뿐이다
길은 물길과 같다.
도도한 물길을 막으면 물은 돌고돌아 갈 길을 간다.
길을 막으면 돌고돌아 갈 길을 간다.
‘폴리스라인’이라는 길을 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
괴물 같은 저 흉물스러운 구조물을 처음 본 것은 MB 정권 때였다.
국민들의 생활은 늘 그 자린데,
시위집압장비만 최첨단으로 발전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MB 정권은 길뿐만 아니라 물길도 막았다.
돌고돌아갈 길조자 잃은 물은 고여서 썩어버렸고,
거대한 장벽 뒤에서는 온갖 추잡한 음모들이 횡행했다.
옳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종북, 빨갱이 딱지가 붙여졌고,
많은 이들은 타락의 절정에 이른 뻔뻔함에 익숙해졌다.
4대강만 썩은 것이 아니었다.
폴리스 라인을 방패 삼아 길을 막은 이들은 장벽 뒤에 숨어
온갖 불의한 일들을 자행했다.
마침내 물길이 열리고, 길이 열렸다.
길이 열리자, 봇물처럼 봄이 왔지만 이제 봄이 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