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우리 앞에 놓인 여러 갈래 길 중에서 한 길이다.
어떤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다른 길에 대해 포기했다는 의미이며,
자신이 걸어가는 길을 책임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길 위에서 우리는 수많은 벗들을 만난다.
걷는 자만이 길 위에서 벗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
어느 해 새벽 동이 터올 무렵,
성산바다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고 싶어 용눈이오름이 올랐다.
그런데 용눈이오름 능선을 따라 난 길에는
성산앞바다를 옆으로 두고 다랑쉬오름을 응시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그가 멈추어섰던 그 길 즈음에 서서 그가 바라보았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본 것을 볼 수 없었다.
내가 그 길 위에서 보는 것은 또한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찰나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