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47-마지막회
걷는다는 행위는 서 있음을 의미한다.
서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2017년,
마음으로만 분주하게 걸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일 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실감난다.
망각은 축복이라는 말이 축복임을 새삼 깨달았다.
어머님이 소천하시고,
아버님도 어머님이 가신 길을 걸어가셨다.
날 때부터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가 되었다.
그만한 나이가 되기도 했다.
많이 힘들었다.
일 속에서 잊어보려고 했으나 일은 일일뿐이었다.
그리고 사람의 일이란,
늘 배신하고 칼끝을 겨누고 있기 마련이라 피곤했다.
그런데 이제는 다 잊었다.
2017년의 일들이 십여 년 전 희미한 기억처럼만 남아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갈 수 있는 의자다.
숨을 돌리고,
2018년 새로운 주제로 찾아뵐 예정이다.
기대는 하지 마시라.
물론, 기대를 품게 하고 싶은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성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길 위에서’를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