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길 위에서 #27
용눈이오름, 능선에는 길이 있다.
천천히 걸어도 좋은 길이고, 아이들처럼 뛰어가도 좋은 길이다.
좋은 길을 만나면,
어른들은 천천히 걷고 아이들은 빨리 뛴다.
뛸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젊음의 상징이다.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었던 것 중 하나가 달리기였다고 한다.
연약한 인간이 자기보다 힘센 동물을 사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보다 오래 달림으로 가능했던 일이란다.
달리면서도 체온을 유지하려면 털이 없이 매끈한 몸이 유리하므로
그렇게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뛰는 일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것일 수도 있겠다.
10여 년 전,
산을 오르는 길에 만난 아이들이 정상을 향해 뛰어가기에 한마디 했다.
“얘들아, 정상에 올라가는 게 목표가 아니야,
올라가는 길에 피어난 꽃들도 보고 돌도 보고 천천히 가야지.”
그러나 이제는 수정한다.
“뛰어도 좋아! 뛸 수 있으니 참 좋겠다! 뛸 수 있을 때 뛰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