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ㅡ 흔적
가을은 흔적의 계절
막 벌초한 무덤에는 노란 황토와 푸른 잡초가
파란만장했을 한 삶을 이야기한다.
간벌해서 썩어가는 나무둥치들은
길고 긴 비와 바람과 햇빛의 세월을 속삭인다.
산사에는 무심하게 낙엽 떨어지고
거미줄엔 삶과 죽음의 흔적들
가을밤 아궁이에 불타는 장작들은
온몸을 빨갛게 불태워서 검은 재로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지만
한편으론 온밤을 구들장을 뜨겁게 할
나무들의 화려한 불꽃축제
이렇게 살다가 싸우다가 태우고 가는 거라고
고요히 노래하는 가을의 흔적들…….
정석권 작가는
전북대학교 영문과에 재직 중이며
사진과 글을 통해서 일상의 모습들이나 여행지에서의 인상을 기록해왔다.
풍경사진을 위주로 찍으면서도 그 풍경 속에 사람이 있는,사람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에 관심이 많다.
길을 떠나서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과 인상을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