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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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긴 장마 때문에 풀베기작업 공기(공사기간)가 빠듯해져 여기저기서 풀 베자고 연락이 왔지만 약속해놓은 삭벌작업을 안 할 수 없어서 두어 달 놔뒀던 기계톱을 다시 꺼내 객지로, 충청북도로 갔다.
 
톱일 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 되는대로 일단 3명이서 하기로 했다. 여름이라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붙어 빨리 끝내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만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촉박한 공기의 풀베기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은 안심이 되었다. 3명이 다 소위 ‘A급’이라 최소한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음이었다. 처서가 되었고, 코로나 사태도 뭔가 질주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고, 4년인가 5년인가 일 있을 때마다 함께 일한 사람들이지만 그게 더 생각을 자극했다. 어느새 나이 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흰머리도 늘었고 주름도 더 깊어졌고 쉬는 시간도 늘어난 것이 눈에 보였다. 재정상황이나 가정상황이나 사회와 우리와의 관계나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데 몸이 변한 것이 눈에 보였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산판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하층식생과 잡목들이다. 그건 아름다움과는 다른 개념의 풍경이고 현대사회에서 부각시키는 정치사회경제예술과는 다른 세계이다. 그저 우리처럼 더없이 흔하고 일상적인 생태인 삶일 뿐인데 기계톱이 유난히 무거웠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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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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