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폭죽과 함께 사라지다.
더위가 꽤나 기승을 부린 올 여름이었습니다.
더위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태풍들도 간사이를 피해 지난 가는 듯 보였습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
무더위도 세월을 이길 수 없나 봅니다.
더위가 시들해지자 보란 듯이 태풍이 머리 위를 지나갔습니다.
호랑이보다 곶감이 무섭다더니,
태풍보다 더위가 무서웠던 올 여름이었습니다.
한낮의 더위가 식어갈 저녁 무렵
유치원 아이들,
초급부 아이들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들이 모여
비눗방울 만들기,
굴렁쇠 던지기,
동전 물속 컵에 넣기 놀이를 합니다.
잘하면 잘했다고,
못해도 (열심히) 잘 했다고 상을 받습니다.
엉아들의 놀이를 보고
두 살 아가도 선생님을 조릅니다.
배가 고플 즈음
나가시소멘(흐르는 물에 국수를 흘려보내 건저 먹기)으로
즐거움과 함께 허기를 달랩니다.
동무들과 함께 먹는 소면은 산해진미보다 맛있습니다.
요리는 선생님들의 몫입니다.
야끼소바도 만들고,
소시지도 굽고,
고기도 굽습니다.
음료수도 먹을 것도 모두 공짜입니다.
해가 지고
아이들 모두 모여
퀴즈도 풀고, 블록 쌓기 게임도 하고, 수박도 깨트립니다.
작은 불꽃놀이도 펼쳐집니다.
모깃불 피우며 시원한 수박 한 조각 나누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선생님들과 청상회(청년상공회)에서 정성껏 마련한 잔치에
한여름을 더위가 폭죽과 함께 저 멀리 달아납니다.
-8월 그믐께 기타오사카조선초중급학교, 저녁 바람 쐬기 대회(유스즈미타이카이)
강원도 산골(내린천이 흐르는 곳) 출신으로
금융기관 전산부,
중소기업 경리부 등에서 일 하였고,
1999년 일본에 옴,
평범한 직장인으로 주말이면 카메라 메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일본의 풍경(신사, 절, 마쯔리 등등)과 조선학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인하대학교,
도쿄도립대,
유통경제대학원에서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