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울타리
사람이 산을 올라오는 걸 경계하는 울타리가 있다. 몇 년 전에 장뇌삼을 심을 예정인 산을 솎아베기(간벌)한 적이 있었다. 산의 주요 지점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요즘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틈만 나면 산을 들락거리기 때문에 도난 방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열흘 동안 한 사람이 그 산을 올라가 여기저기 훑어 임산물을 채취해가면 그게 1년이라면 겨울 빼고도 이삼십 명이 산을 훑는다는 뜻이 된다. 산의 임산물은 농산물과는 달라서 뿌리나 줄기를 건드리지 않더라도 긴 시간이 소모된다. 어떤 사람이 온종일 산을 누비며 두릅을 따는데 자기 몸통보다 훨씬 큰 마대자루를 가득 채워가는 걸 봤다. “그걸 어떻게 다 먹으려고 그래요?” 그랬더니 “우리만 먹나, 가까운 일가친척들에게도 보내주려고 그러지” 이러는 것이었다. 물론 자기 산이 아니었다. 불법이었다.
산을 올라오는 게 아니라 거꾸로 산을 내려오는 것들을 막으려고 치는 울타리도 있다. 고라니, 멧돼지 등을 경계하기 위한 울타리이다. 이런 울타리는 이제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겪어보니 울타리 중에서 가장 완강한 울타리는 따로 있었다. 땅문서였다.
벌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간혹 울타리를 가느다란 와이어나 철사로 두른 경우가 있는데 일하다보면 거기 톱을 댈 때가 있다. 그럼 날을 한참 갈아야한다. 길 근처의 나무에는 드물기는 하지만 철사를 먹은 나무도 있다. 현수막을 걸려고 철사로 나무를 둘렀는데 나중에 현수막만 철거하고 철사는 그대로 놔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몇 년 시간이 흐르면 철사 위로 나무가 커져서 결국 나무 안에 철사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기계톱만아니라 제재소에서도 피해를 본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