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산판 #2 쉬는 날
다 그렇듯이 벌목꾼들에게도 쉬게 되는 날이 있다. 일요일, 국경일 같은 달력의 빨간 숫자의 개념이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설, 추석, 눈이나 비가 내릴 때, 아니면 나무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불 때이다. 장비나 차량에 문제가 있어 쉬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현재의 일이 끝나고 다음 일이 이어지지 않으면 당연히 다음 일이 생길 때까지 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뭔가 있는 사람 아니고는 마음 턱 놓고 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일 나오시오, 하루 전 연락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어디 먼 곳을 가기도 부담스럽고 마냥 퍼질러 늦잠 자기도 그렇고 ‘5분 대기조’ 상태와 비슷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 날이 어떤 때는 보름 이상까지도 간다. 일 시작한다는 연락을 하루 전에 하는 경우가 많은 건 벌목허가과정, 남의 집 옆을 거치거나 남의 땅을 통과해 나무를 운반하는 경우의 길 값 협상 등 시작 날짜를 확정하는데 변수가 여럿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도 뭣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한 팀에서 일이 끝나면 기다리지 않고 다른 팀이나 지인의 일을 물색하기도 한다. 이 경우도 일을 구하는 동안은 쉬게 된다.
쉴 때는 대개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답답해지면 운동장에도 가봤다가 그것도 지루해지면 도서관까지 갔다 오는 사람도 있다. 조석으로 음주하는 사람도 있고, 약초 캐러 다니는 사람도 있고, 땅 있어서 농사일하는 사람도 있다. 다 다르다.
다치면 그때도 쉬게 된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쉬어라, 지난밤 꿈자리가 이상해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면 그때도 쉬어라, 피곤하다 싶으면 그때도 역시 쉬어라, 라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작업 중 위험한 도구에 위험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컨디션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