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40
찬바람이 분다.
코끝 시려오는 찬바람에 나태했던 마음을 추스른다.
혼자서는 걷지 못했을 수많은 길들,
동행이 있어 걸어왔을 길들을 돌아본다.
그럼에도
그냥 나 혼자 잘 걸어온 줄로 알고 살아간다.
어차피,
사람은 관심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
이런 관심에 대해 금욕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나 혼자 걷는 사람도 없고, 홀로 걸어온 사람도 없다.
그렇게 느껴지고 그렇게 보일 뿐이다.
겨울이 정점을 찍으며 눈보라가 칼바람처럼 날리던 날의 해질녘,
내가 마지막 방문객이거나
그곳을 홀로 걷는 마지막 여행자이길 기대하며 용눈이 오름이 섰다.
그러나 앞서가는 동행,
그들이 있어 나도 칼바람을 맞으며 용눈이 오름을 한바퀴 휘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