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옥 작가는 사진가이자 시인이다
향수전국사진공모전 금상
창원전국사진공모전 금상 등 다수의 작품이 입상 되었으며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삽량문학회 편집장으로 디지털사진과 시로 결합된
디카시를 지역신문에 연재중이다
저서로는 강미옥 디카시집 <2017. 기억의 그늘>(눈빛출판사)이 있다
■ 디카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이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5행 이내의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샘에 디카시가 문학용어 명사로 등재]
블러그 : 강미옥 시인의 사진이야기
http://blog.daum.net/meokk2/745
매주 연재 합니다
자연과 사람의 만남
통도사와 암자 이야기
자연 속에서 감성 찾기
세가지 주제를 돌아가면서 연재합니다
능소화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대, 제가 능소화의 이름을 안 것은
불혹의 고개를 넘어와서입니다.
부끄럽게도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저는 능소화를 알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여름이면 이 땅에 피는 저 꽃을 보지 못하고
저는 사십 년을 살았습니다.
꽃도 사랑과 같아 운명처럼 찾아옵니다.
어느 날 문득 능소화가 보였습니다.
그 해 봄 저는 많이 아팠고
깊고 어두운 우물 밑에서 두레박을 타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새 세상에서 처음 만난 꽃이 능소화였습니다.
그때 능소화에게서 제가 배운 것은
아름다운 이별의 자세였습니다.
능소화는 자신을 꽃피운 인연의 가지에서
시들지 않는 꽃입니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이별의 시간이 찾아오면
스스로 땅으로 낙화하여 땅 위에서 시드는 꽃입니다.
세상의 많은 꽃들이 가지와의 인연을 끊지 못하고
그 가지에 매달려 시들고 또한 아프게 죽어 갑니다.
그러나 능소화는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처럼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자신의 가지를 떠납니다.
세상이 자신의 아름다웠던 모습만을 기억하길
바라며 먼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대, 이별의 상처가 너무 아파서 떠나려는 사람을
애원하듯이 붙잡던 시간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능소화를 알고부터 배웠습니다.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작별하는 이별이라는
것을 여름에 피는 꽃 능소화에게서 배웠습니다.
골목길을 돌아 나오다 다시 능소화를 만났습니다.
비어 있는 골목길을 아득히 바라보면서 꽃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자세로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 여름 능소화가 저에게 가르쳐 줍니다.
[능소화, 아름다운 이별-정일근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