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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새,
그러나 행동이 빠르고 잡목이나 갈대 숲속을 빠르게 이동하기에
자세히 접하기 쉽지않은 새,,
오늘 마음먹고 촬영에 도전해 다양한 표정의 붉은오목눈이 를 담았다.
아래에 인용한 글처럼 뻐꾸기의 대표적인 탁란의 표적이 되어 제 새끼들을 다 버린 뻐꾸기 새끼를 위해 제 몸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기른다..

 

 

글/정옥식 박사·한국조류학회 총무이사/ 인용발췌

 


 한바탕 한반도의 검은 바다를 휘젓던 도요들의 힘찬 날갯짓은 노을과 함께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단풍이 내린 산과 들녘엔 가을과 겨울 손님들이 한창이다. 때맞춰 가을 이동철 조사차 지난 주말 속리산을 다녀왔다. 아침 일찍 서둘렀지만 주말인지라 산은 이미 초입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무소를 지나 몇 걸음 못 간 지점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 떼를 만났다. 
 
 싸리나무와 환삼덩굴을 지나더니 밭 사이로 난 작은 길에 이르자 잠시 정체 후 이네 삼삼오오 길을 건너 억새밭으로 다다랐다. 다섯, 열, 스물, 그 수는 점차 늘어 오십을 넘는다. “비, 비, 비” “짓짓 지지짓”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소리뿐만 아니라 행동 또한 요란스럽다. 
 
 길을 건너는 무리의 수를 헤아리기 위해 쌍안경을 대고 지켜보고 있노라니 지나는 등산객이 묻는다. “뭐하십니까?” “새 봅니다.” “무슨 새요?” “뱁새요.” “어디요?” “저기 억새밭.” “아, 쟤네가 뱁새입니까? 정말 뱁새처럼 생겼네요.” 삼삼오오 연이어 도착한 그와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 모두가 그의 말에 동의한다.?
 
 뱁새, 즉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딱새과에 속하며 크기가 13cm 정도다. 꼬리가 전체 몸길이의 절반 정도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몸통의 길이는 6~7cm에 지나지 않는 작은 새다. 눈도 작고 작은 부리는 도톰해서 더욱 작게 보인다. 따라서 작은 외모 탓인지 학술적 명칭인 붉은머리오목눈이 보다 세간에 흔히 알려진 ‘뱁새’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린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흔히 분포하는 텃새로 인가나 농경지 주변의 덤불이나 풀숲에 주로 서식한다. 야산 언저리의 저지대뿐만 아니라 높은 정상 부근의 개활지에서도 관찰된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무성한 덤불 아래서 한 쌍씩 짝으로 은밀하게 흩어져 번식하므로 쉽게 눈에 띄질 않지만, 지금처럼 찬 바람이 불어 무성하던 잎들이 떨어지고 덤불도 매말라 가려졌던 땅들이 맨얼굴을 드러내면 뱁새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게다가 수십에서 많게는 백을 넘는 개체군을 이뤄 소란스럽게 다니다보니 더더욱 쉽게 눈에 띤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전세계적으로 한국, 중국 등 동북아지역에 국한되어 분포한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종의 생태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그러나 국내에 한정지어 본다면 가장 많이 연구된 새 중 하나일 것이다. 국내의 경우 조류를 연구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으나 20여 년 동안 여러 명의 연구자들이 학위논문 대상으로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연구했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부터 진행된 연구에서 두 가지 색의 알을 낳는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졌으며, 이후 이러한 알의 색은 모계중심으로 유전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계속되는 연구를 통해 흥미롭고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연구 분야 또한 탁란과 관련한 방어기작과 사회행동학, 유전학 등 다양해지고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붉은머리오목눈이는 흰 색과 푸른 색의 알을 낳으며 모계를 통해 유전된다. 어미가 푸른 색 알을 낳는다면 딸도 푸른 색 알을 낳는다는 것이다. 두 가지 색의 알을 지닌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확실한 것은 탁란에 대한 방어기작에 이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뻐꾸기의 알은 푸른 색을 띠므로 흰 알의 둥지에 탁란할 경우 눈에 띄어 붉은머리오목눈이에 의해 쉽게 제거될 것이다. 반면 푸른 알은 뻐꾸기에 의해 탁란 당하더라도 구별되지 않아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신의 알로 받아들여 뻐꾸기의 새끼를 키우게 되는 것이다. 흰 알은 탁란에 대한 방어기작에 이점이 있어 개체군 내 비율이 높을 듯하지만, 사실 푸른 알의 절반 이하다. 이에 대한 이유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붉은머리오목눈이에 대한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가락지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개체마다 가락지를 달아 표지를 하고 고유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이후 몇 대에 걸쳐 추적을 통해 여러 가지 자료를 축적하게 된다. 표지된 모든 개체의 부위별 크기, 몸무게, 유전자정보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번식 자료도 된다. 이를 통해 2007년 태어난 27번과 72번의 딸 34번과 2006년 태어난 62번과 80번의 아들 352번이 번식을 하였고, 2008년 암컷 15번, 16번과 수컷 17번, 18번을 낳았다는 식의 자료도 도출할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자연사하기도 하지만 천적에 의해 포식되거나 이주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소실율이 높기 때문에 많은 개체에 대한 표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붉은머리오목눈이가 군집을 이루게 되는 가을철부터 번식을 위해 흩어지는 다음해 봄 이전까지 연구자들은 생포에 전력투구하게 된다. 
 
 최근에는 장비도 개선되고 무엇보다 축적된 노하우로 인해 개체군 내 표지된 개체의 비율이 높지만, 연구 초기엔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더라도 포획률은 저조했다.
 
 그 당시의 일이다. 9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학위논문을 위해 붉은머리오목눈이를 포획하던 선배를 도우러 연구 현장을 갔었다. 선배는 처음 며칠간은 쉽게 포획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획 방법을 파악한 붉은머리오목눈이들은 미리 눈치를 채고 사람 방향으로 달려들지언정 그물쪽으로는 좀처럼 가지 않았다. 혼자서 그물을 이곳저곳으로 수십 번 옮기고 그물을 위장하거나 퇴로를 막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시간은 가고 번식철은 다가오고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하므로 선배는 매우 초조해하고 있었다. 일손이 늘어난 관계로 그물을 추가로 설치하고 예상되는 퇴로에도 그물을 설치했다. 뱁새가 몰려있는 갈대밭의 내부와 외부, 그리고 하늘엔 매가 뜬 것처럼 위장하고 세 방향에서 위협을 가하며 동시에 몰았다. 결국 반나절에 걸친 노력이 헛되지 않게 수십 마리의 뱁새가 그물에 달려들었고, 그물 속에서 뒤엉키며 찢어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는 뱁새보다 더 큰 환호성을 지르며 그물로 달려들었다. 많은 수가 한꺼번에 매달리는 바람에 한 마리라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고가(高價)의 그물을 찢어서 손을 물어뜯고 심하게 반항하는 뱁새를 한 마리 한 마리씩 소중히 떼어내었다. 선배에겐 뱁새 한 마리의 가치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했을 것이다.

모두를 안전하게 망 속에 집어넣자 선배는 가락지를 준비하겠다며 부리나케 먼저 강을 건너갔다. 나도 요란법석을 떨며 출렁이는 망의 입구를 단단히 막고 선배가 있는 강 저편으로 가기 위해 징검다리 위를 달렸다. 강 건너편에 다다르기 위해 마지막 발돋움을 하는 순간 나의 몸은 수평으로 공중부양을 하듯 하늘로 치솟아 오른 후 차가운 겨울 강에 첨벙 떨어졌다. 
 
 다행히 엉덩이가 징검다리 돌 위에 정확히 앉은 탓에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바지와 팔만 물에 흠뻑 젖었다. 젖은 돌은 기름을 바른 듯 몹시 미끄러웠다. 안도의 숨도 잠시 뱁새가 든 망의 행방이 궁금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급히 살폈지만 망은 보이질 않았다. 설마하고 마지막으로 내린 시선 끝에 망은 물속에 깊이 잠겨 있었다. 얼른 꺼내들었지만 그렇게 들썩이던 망은 움직임이 없었다. 망 속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었다. 심장이 멎은 뱁새들처럼 나도 심장이 멎는 듯했다. 
 
 이번 가을에도 뱁새를 연구하는 후배는 가락지 작업을 위해 그물을 치고 뱁새 포획에 여념이 없다. 도와주러갈까 하다가도 그때를 생각하며 참는다. 그리고 웃는다.
 
 이번 가을 산행에서 뱁새를 찾아보자. 산행 초입이나 아니면 정상 부근 관목숲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마다 지닌 지난 여름날의 사연에 귀 기우려보자. 그들 속엔 누룩뱀에게 형제나 배우자를 잃은 녀석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새끼 모두를 잃고 뻐꾸기를 키워낸 녀석도 있을 것이고, 네 마리의 새끼 모두를 건강히 키워낸 녀석도 있을 것이다. 듣고 있자면 그들의 넋두리는 끝이 없다.
 
 Tip 조류생태
 
탁란이란?
 
 탁란(托卵)은 번식기생(brood parasite)이라고도 한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자신의 새끼를 다른 종 혹은 같은 종의 다른 개체로 하여금 기르게 하는 것이다. 원앙이나 흰뺨오리 등은 같은 종에 탁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종에게 탁란하는 경우는 뻐꾸기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뻐꾸기뿐만 아니라 국내에 서식하는 두견이과에 속하는 벙어리뻐꾸기, 두견이, 매사촌 등이 탁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뻐꾸기의 경우 탁란할 대상이 정해지면 둥지 주변을 맴돌다 숙주의 산란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숙주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숙주 새의 알을 하나 꺼내어 버리거나 먹은 후 대신 자신의 알을 하나 채워 낳는다. 이후 숙주 새보다 부화일이 짧은 뻐꾸기의 알이 먼저 깨어나게 되고 뻐꾸기의 새끼는 숙주 새의 알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홀로 둥지를 독차지하게 된다. 다 자란 뻐꾸기는 길러준 뱁새 대신 뻐꾸기를 따라 날아간다.?? 
 
 일본의 경우 개개비가 뻐꾸기의 주된 숙주인 반면 국내는 개개비에 대한 탁란은 아직 보고된 적이 없으며, 드물게 딱새나 솔새류에 탁란하기도 하지만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주된 숙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뻐꾸기의 경우 푸른 색 알을 낳지만 흰 색에 가까운 알을 낳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뻐꾸기 또한 모계로 알색이 유전되며, 흰 색 알은 뱁새의 푸른 색 알에서는 제거되겠지만, 흰 색 알에서는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뻐꾸기는 숙주에 대한 특이성을 지니며 자신을 길러준 종을 자신이 어미새가 된 훗날 숙주로 삼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숙주 새는 왜 다른 새의 새끼를 키울까? 많은 경우에 있어서 탁란한 종의 새끼는 크기뿐만 아니라 모습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탁란에 의해 자신의 새끼가 죽게 되고, 이로 인해 전체 개체수도 줄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새끼를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이 의문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관해 가설들이 많지만 현재 가장 많이 알려진 사실은 마피아 이론이다. 실험에 의하면 카우버드(brown-headed cowbird)가 탁란한 알을 인위적으로 제거하자 카우버드는 숙주 새의 둥지를 찾아와 나머지 새끼나 알을 죽이고 둥지를 훼손했다고 한다. 자신이 탁란한 둥지를 돌며 자신의 알이나 새끼의 유무를 점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폭력배들처럼 보복한다고 한다.




 

lsk001.JPG     이석각 작가는

     1958년생

     건축을 전공했으며

     퇴직해 지금은 건축설계 디자인을 하며

     다인산업개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생태조류 사진을 즐겨 촬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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