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에서 지켜본 참매 식사 시간
참매를 촬영했다.
흰꼬리수리와 참수리를 탐조하는 중에 참매가 청둥오리 수컷을 잡아 털을 갈무리하는 순간과 마주쳤다.
조류를 촬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순간이 얼마나 커다란 기쁨인지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을 것이다.
심장은 고동치고 아드레날린이 전신을 감돈다.
본능은 당장 셔터를 누르라 아우성이지만 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성은 참으라 한다.
새와 촬영자 간에는 항상 거리가 문제가 된다.
600mm에 1.4 컨버터를 조합해 840mm 장초점망원렌즈를 사용하는 나에게도 역시 항상 뒤따르는 문제다.
새들에게는 임계거리가 존재한다.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하여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는 한계치가 있다.
모든 새들이 다 일정한 거리 안에서는 촬영을 허락하지만 자신의 위험을 느끼는 임계거리를 느끼는 순간이라면 지체없이 날아간다.
참매는 컸다.
덩치로 보아 완전한 성조이며 암컷이다.
수컷은 보통 암컷과 비교하면 덩치가 월등하게 작다.
잡은 청둥오리를 당당하게 한쪽 발로 짓누르며 털을 갈무리하는 중이다.
나와 거리는 가깝지만 그래도 기다려야만 한다.
아직은 셔터소리가 저놈의 신경을 거스를 수 있는데 나의 접근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릴 방법이 없다.
피 맛을 보아야 한다
그간 내 경험이 카메라 셔터를 억제하며 말한다.
“충분히 참매가 피 맛을 보게 한 다음 접근하라.”
배고픈 참매가 피 맛에 취해 나의 접근을 허락하는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윽고 드러난 청둥오리 맨살들을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짓누르고 사정없이 파고드는 부리에 살점들이 피와 함께 뜯겨진다.
한점 두 점…. 그에 따라 내 걸음도 한보 두 보…. 대략 17m까지 접근했다.
아마 참매 촬영 중 이런 근접촬영은 전무후무한 기록이 아닐까 한다.
뜯겨 나가는 살점들, 흩날리는 핏자국들. 이렇게 참매의 생생한 약육강식의 순간들을 촬영했다.
이석각 작가는
1958년생
건축을 전공했으며
퇴직해 지금은 건축설계 디자인을 하며
다인산업개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생태조류 사진을 즐겨 촬영합니다.
코 앞에서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피 맛이 여기까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