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 꽃잎 떨어지다ㅡ완주 송광사에서
소나무가 많은 완주 종남산 송광사
신라 시대에는 석가모니의 상징인
백련이 많아서 백련사였다고
절 앞 연지엔 연꽃들 흐드러지고
피어난 연꽃잎들 툭툭 떨어지고
사람 살고 죽는 것도
연꽃 피고 지듯
진흙 속에 피었다가 진흙으로 가고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에 어수선한 하루
한 사람의 삶과 죽음에 섣불리 소리 높여
가타부타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듯
보현보살 문수보살 포대화상 천진동자상의 미소
거대한 미륵보살상 앞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의 엄숙하고 간절한 기도
누군가가 죽어도
백련 꽃잎 떨어져도
어김없이 일상은 돌아가고
깨달음 뒤의 빨랫감
시계와 목탁과 청소도구
삶과 죽음은 항상 함께 있으니
피는 것도 지는 것도 자연스러워야 하리
어둠 속에 빛나는 백합꽃처럼
하늘 향해 피어나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능소화처럼
2020.7. 10.
정석권 작가는
전북대학교 영문과에 재직 중이며
사진과 글을 통해서 일상의 모습들이나 여행지에서의 인상을 기록해왔다.
풍경사진을 위주로 찍으면서도 그 풍경 속에 사람이 있는,사람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에 관심이 많다.
길을 떠나서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과 인상을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