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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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에서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는 빙하가 녹은 맑은 청녹색
그 맑음을 오래 유지하려고 플래타나라는 나룻배로 노를 저어
호수에 있는 작은 섬에 지어놓은 성모 마리아 승천성당에 가는데
배는 18세기부터 스물 몇대로 제한하고
뱃사공은 동네 사람들이 가업으로 이어간다고.
 
강을 개발한답시고 강바닥을 마구 파헤치고 시멘트로 댐을 막는
괴물 같은 방식과는 전혀 다른, 불편하지만 건강한 원시의 방식으로
블레드 호수의 맑은 청녹색은 가슴 시리게 투명하고.
 
섬에 있는 성당은 10세기에는 슬라브 여신의 신전으로,
세월이 흐르고 종교도 바뀌고 12세기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으로,
15세기에는 고딕 양식으로, 그리고 지진으로 무너진 후에
16세기에는 다시 바로크 양식으로, 성당 안에는 폐허의 흔적도 따로 보존하고.
역사는 파괴되고 스러지지만 모두 어떻게든 남는 것. 달콤함으로든 아픔으로든.
 
세월이 흐르고 빙하도 녹아 흘러 호수가 되고
유고슬라비아가 슬로베니아가 되어도.
노벨문학상을 탄 밥 딜런의 애인이었던
존 바에즈가 그들의 옛사랑에 대해서
<Diamonds and Rust>에서 노래한 것처럼
과거는 금속의 녹처럼 아픈 상처로
또는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는 것.
 
들국화의 전인권이 노래한 것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는 것.
 
시대는 부끄럽고 시절은 아주 수상하지만,
이 또한 어떻게든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어떤 의미가 있기를….

 

 

 정석권 작가는pr20.jpg

 

전북대학교 영문과에 재직 중이며 
사진과 글을 통해서 일상의 모습들이나 여행지에서의 인상을 기록해왔다.


풍경사진을 위주로 찍으면서도 그 풍경 속에 사람이 있는,

사람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에 관심이 많다. 
길을 떠나서 길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과 인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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