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을 벗으며
39살 청년의 손톱에 피가 나는 것을 본 것은 1년 반 전의 일이다. 고아원에서 중고등학교 다니며 얻은 손톱 무좀을 그 때는 물론이고 사회에 나와 노숙과 쪽방을 전전하는 동안에도 치료하지 못해 열 손가락 손톱에서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이후 매달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했는데도 아직 네 손가락은 여전하다. 질기고 질긴 손톱 무좀이다. 덕분에 한 달에 한 번 청년을 만나 병원에 갔고 그 때마다 저녁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은 지하철역 입구에서 홈리스 자활잡지를 판다. 판매수익만으로는 매달 고시원비를 내기도 어렵다. 기초수급비도 못 받는다. 가진 것도 없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하루 7, 8시간 잡지를 파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 같은 추위를 버티는 것은 곤욕이다. 어제도 병원 진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며 요즘 어려운 것이 없냐고 물었다. 책이 팔리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물었다. 장갑과 핫팩이라고 답했다. 장갑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있긴하다며 꺼내 놓은 장갑은 대여섯 살 짜리 애들이 끼는 작고 바람 통하는 털실장갑이었다. 어떻게 이런 것을 끼고 있냐고 했더니 그마저도 누가 준 것이란다.
내 장갑은 왜 이리 두껍고 튼튼한가.
사진이 저를 또 흔들어 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