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나는 기자가 아닙니다.
사진기 들고 다니지만
쪽방촌 어두운 면 찾아내어
기삿거리로 만드는
예리한 기자가 아닙니다.
쪽방촌에는 기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자라고 불릴 때마다
아니라고 기자 아니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목사가 아닙니다.
쪽방촌 거리를 배회하듯 다니지만
베풀 축복도 없고
거룩하지도 못하고
성경책도 없고
밥차를 몰고 다니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쪽방에는 목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목사 아니라고
굳이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교수가 아닙니다.
멀쩡하게 생겨
번듯하게 입고 다니지만
아는 것이라고는 뻔하기 때문입니다.
쪽방에는 교수가 필요없습니다.
그래도 교수처럼 보이면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형님입니다.
앞 못 보는
마흔 여덟 홀로 사는
술 담배 없이 살지 못하는
아홉 가지 병 가진
삼백 예순 날
머리 기댄 벽이
둥근 후광 누런 빛 뿜는
어두운 방에 사는
오후 다섯 시쯤 하루 한번
쪽진 방으로 스며드는 빛이
빛인지도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알곡이라고 외치는
친구가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나는 형님입니다.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