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땅
엎드리지 마요.
무릎 꿇지 마요.
그대 잘못 아니잖아요.
여기는 서울이잖아요.
천 만 명 있잖아요.
그대 한 명 위로하지 못하는
우리 천 만 명의 잘못이잖아요.
지금은 가을이잖아요.
붉게 낙엽 물들잖아요.
겨울보다 추운 가을
참아내지 못하는 내 잘못이잖아요.
이제는 불공평해야 하잖아요.
지금껏 배 고팠으니
이제 배 불러야지요.
지금껏 추웠으니
이제 따뜻해야지요.
이제 불공평해야 하잖아요.
배 부른 나는 이제
배 고파야지요.
가을에도 춥던 나는 이제
더 추워야지요.
불공평한 세상
그것이 공평한 세상이잖아요.
그러니
그대 무릎 꿇지 말아요.
지금, 여기는
그대의 땅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