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떠난 수백 년 빈집의 기억을
떠나지 못한 시계가 증언한다.
기와는 더 이상 비를 이기지 못하고
마루는 허물어졌고
넓은 마당에는 낡은 민들레가 가득한데
시계는 허연 회벽 처마 끝에 내려앉아
처연히 자기 죽은 시각을 가리킨다. 5시 44분
빈집 마당의 잡초는 하염없이 자라나도
문고리 떨어져 나간 낡은 방문 옆
검은 나무 기둥에 매달린
벽시계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9시 58분
방문 사라진 자리는 깨진 유리조각이 지키고
지붕 없어 비에 젖은 회색 시멘트 벽은
희고 둥근 시계가 지킨다. 10시 59분
금방이라도 누군가 들어올 것 같은 방문으로
저녁 빛이 아련히 스며들어도
누런 흙벽 짊어진 무거운 시계추는
움직일 힘이 없다. 7시 13분
새벽 빛 돌아오면
흰 벽 푸른 크레파스 낙서 속 먼 기억은 방문 열고 나오지만
떠나버린 주인처럼 기억 속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6시 46분
떠나도 떠나지 못하는 빈집에서
살아도 살아있지 못하는 시계가
벽보다 더 무거운 기억의 시계추로
시계보다 더 긴 빈집의 세월을 증언한다.
김원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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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직장인이다.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한지 10년 정도 되었다.
몇 번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쪽방촌 작업을 5년째 진행 중이고, 기독교 수도원 작업은 8년 정도 되었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의 첫 구절 여시아문(如是我聞)에서 따 온 것이다.
‘내가 본 것’을 나의 느낌으로 보여 주고자 함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이거 생각할게 많은 테마군요.